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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빔면 Aug 16. 2021

런던 올림픽에는 있고, 글로벌기업 GM에는 없었던 이것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을 읽고

여기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첫 번째 사례. 2012 런던 올림픽


2012년 런던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의 티켓 가격은 독특했다. 티켓의 가장 낮은 가격은 20.12 파운드, 가장 비싼 티켓은 2012파운드였다. 티켓 가격 곳곳에 2012라는 숫자가 담겼다. 티켓 가격에도 의미를 담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청소년 할인 정책도 주목할만했다. 할인 정책의 이름은 ‘나이만큼 지불하기’였다. 6세 아이는 6파운드를, 16세 청소년은 16파운드를 받았다. 이 가격 설정은 영국 내에서 여왕이 칭찬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 kfdias, 출처 Unsplash

 

할인 정책이 없었던 것 또한 주효했다. 할인을 없앰으로써 ‘모든 경기와 경기의 티켓은 제값을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인기 없는 경기를 인기 많은 경기에 끼워 넣어 팔던 올림픽의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 덕분에 티켓 수익 목표였던 3억 7,600만 파운드를 훨씬 뛰어넘은 6억 6,000만 파운드의 수익을 달성했다.  


두 번째 사례. 제너럴 모터스(GM)


 2005년 제너럴 모터스(GM)의 마케팅 팀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엄청난 할인율을 일반 소비자에게도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GM의 전례 없는 마케팅 덕분에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다. 6월 한 달,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은 41.4% 증가했고,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 되었다.


© scienceinhd, 출처 Unsplash


 하지만 판매량은 8월부터 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9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3.9%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GM은 추가적 수요를 창출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래에서 고객들을 빌려 와 자동차를 판매한 셈이었다. 그 해 GM의 시장 점유율은 늘었을지 모르나, 연간 손실은 105억 달러였다. 2009년 6월, GM은 파산을 신청했다.  


런던 올림픽의 사례처럼, 성공적인 가격 전략은 단순 숫자를 넘어서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작용한다. 반대로 GM의 사례처럼, 처참한 가격 전략은 80년 역사를 가진 기업을 끌어내리는 도구로 작용한다.  




위의 두 사례는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 (부제: 가격이 모든 것이다)>에 등장하는 수많은 가격 전략 사례들 중 일부일 뿐이다. 책에는 수많은 가격 전략 사례들이 등장한다. 책의 부제인 '가격이 모든 것이다’라는 말답게 저자는 가격의 A부터 Z까지 다룬다. 가격에, 가격의, 가격을 위한 책이다. 40년간 ‘가격’이라는 한 분야만 판 가격 장인의 본격 가격 이야기이다.


저자 헤르만 지몬은 그냥.. 초초초 엘리트다. 그에게는 '독일이 낳은 초일류 경영학자', ‘현대 유럽 경영학의 자존심’ 등 다양한 칭호가 붙는다. 독일어권에서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를 선정할 때마다 피터 드러커와 함께 늘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 교수, 독일 경영연구원 원장, 마인츠 대학교 석좌교수, 미국 스탠퍼드, 하버드, MIT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가격 관련 강의로는 거의 1타 강사..)


 현재는 자신이 창업한 컨설팅 회사인 지몬-쿠허&파트너스의 회장으로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 천 개 회사의 가격 전략과 가격 설정을 컨설팅했던 그의 짬바가 책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저자가 말하는 가격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고객 가치다.  


훌륭한 가격 결정에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를 수량화하며, 가치를 소통하는 일이죠.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받을만한 가격,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가격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무엇보다도 가격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P384. 프라이싱





책을 읽다 보면 대학교를 입학한 느낌이 난다. 초반에는 1~2학년들을 위한 교양서적처럼 말랑말랑하게 시작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이론들을 활용해 가격 심리학을 재밌게 이야기한다.


© neonbrand, 출처 Unsplash


 그러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고학년을 위한 마케팅, 경제학 전공도서 분위기를 물씬 낸다. 경제학원론 시간에 마주했던 듯한 그래프와 표를 적극 활용하며, 숫자들을 마구 등장시킨다.. (이 부분에서 살짝 당황스러운 부분..?) 저자가 책의 초반부에서 자신의 컨설팅 회사는 계량경제학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을 가이드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물론 어려운 수학은 아니다. 사칙연산만 가능하다면 그가 말하는 최적의 가격 결정 전략을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에서 가격(Pricing) 설정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은 실무자, 가격 전략이 궁금한 학생, 나아가 영업/판매 사원 또한 이 책을 읽는다면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될 수 있을 듯하다. 학생부터 전문 경영인까지 폭넓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인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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