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riaMJ Feb 11. 2023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그 또한 내 삶인데

돌이켜보면 늘 하루일과의 마무리는 언제나

사랑에 대한 생각이다.

그러다보면 생각은 마음이라든지,기억이라든지 하는것으로까지 흐르고 하릴없이 몇몇 머릿속 조각들을

 뒤적이다 그날의 조각이 선사하는 어떤 기분에 젖어들다 마지못해 잠을 청한다.


왜 나는 생애를 통틀어 이토록 늘 목이 마른건지.

왜 이토록 채워지지 않는,

마치 처음부터 채울수없는 어떤 감정의 그릇을 운명지워진 이처럼, 마실물이라곤 소금물밖에 없는

감정의. 바다에서 타는 기갈을 자각하는지.


그건 늘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늘 나를 가난하게 만들고, 도망하게,집착하게,중독되게 혼자서 울게 만들었다.


별것아닌 호의와 마음에

문장들에, 그 문장들 사이의 간격에

무슨 말인가를 발화하는 입술에

어울리지않는 손가락들에

늘 나를 등지고 있던 날개뼈에 들뜨게 만들었다.

편할대로 왔다가 사라지는 그 어떤 마음도

내 목마름보다 진지했다.


아마도 이전의 생 어딘가에서 나는 분명

누군가의 마음을 도려내고 아프게 했을거고

그벌을 받는거다라는 소결론에 다다랐을때조차,

그래도 착하고 다정히 살았던 어떤 생의 조각이

하나라도 있었겠지하며 바란다.


그리하여 나는 다정한 종류의것들에 닿으면

마치 놀라 죽어버리는 개복치처럼 덜컥하고

영혼이 저 깊이 떨어진다.

그 다정함에 나라는 의미가 절반도 채 없다는걸

알아도, 그 낱낱이 흩어지는 다정함들을 지푸라기처럼

가지고싶어서.


다정도 병인냥하여 잠못들었다는 옛시인의 그 말은

정말이다.


그런데 한 예언자가 말하길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란다.

절반의 인생을 살지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말란다.


@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을 접대하지 말라

절반만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침묵을 선택했다면 온전히 침묵하고

말을 할 때는 온전히 말하라

무엇인가를 말하면서 침묵하지 말고

침묵하면서 말하지 말라

받아들인다면 솔직하게 표현하라

감추지 말라

그리고 거절한다면 분명히 하라

불분명한 거절은 나약한 받아들임일 뿐이므로


절반의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말고

절반의 진실을 믿지 말라

절반의 꿈을 꾸지 말고

절반의 희망에 환상을 갖지 말라

절반의 물은 목마름을 해결하지 못하고

절반의 식사는 배고픔을 채우지 못한다

절반만 간 길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며

절반의 구상은 어떤 결과도 만들지 못한다


그대의 다른 절반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다른 시간 속에 있는 그대

그대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절반의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

그대가 하지 않은 말이고

그대가 뒤로 미룬 웃음이며

그대가 하지 않은 사랑이고

그대가 알지 못한 우정이다

도달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것이고

일했지만 일하지 않은 것이고

참석했지만 결국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그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대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고

그들을 그대에게 이방인으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절반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지만

그대는 할 수 있다

그대는 절반의 존재가 아니므로

그대는 절반의 삶이 아닌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존재하는

온전한 존재이므로


- 칼릴 지브란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온 나를 던져 사랑했던 이가 나와는. 다른 결이었단걸

잔인한 결별의 순간에 알았을때,

다정하던 마음이 사실은 그저 하룻밤 유혹을 위한

것임을 알았을때,

한때 평생의 반려를 맹세했던 이의 추악한 모습을

알았을때,

내마음이 뭔지 나도 모르면서 그저 신경이 곤두서기만 했을때,

그 모든 순간에서도 나는 온전한 사랑이 가능하기를

바랬다. 지금도.


아마 나를 목마르게 하는건

내 그런 멈추지 못하는 욕망때문일거다.


그러다 우연히 조용필 선생님의 그또한 내삶인데 를

듣게됐다.


세월을 꽃으로 느끼고,다시 사랑이 없다해도

그것마저 내삶이니..받아들이면 어떨까

라는 조용한 읊조림.

지금부터 죽을때까지

영원히 절반의 조각도 채우지 못한 천치로 살아도

내 삶이라고 수긍해야만

이 갈증이 끝나는걸까?


마음이 울렁할때마다

아직도 등신 천치같은 나 자신이 딱해서

딱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