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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Feb 29. 2020

나의 아지트 이동식 주택의 설경

열흘 전에 첫눈이 왔다.
그것도 소복이.

너무 늦은 눈이라 올겨울 마지막 눈일성싶다.
데일리카에 쌓인 눈을 최소한으로 치우고 나의 아지트 이동식 주택으로 향했다.

하얗으로 뒤덮였을 아지트를 생각하면서 액셀을 밟았다.
펜이처럼 흰 떡고물을 한 아름씩 이고 가는 차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눈으로 뒤덮인 아지트는 아름다웠다.
얼마 만에 보는 백설인가...

입구에 들어서자 아지트의 자갈은 온데간데없다.
밤새 천사가 모두 주워가고 하얀 양탄자를 깔아놨다.

뽀드득뽀드득 신발 밑창으로 전해져오는 느낌이 너무 좋다.
흰 도화지를 어지럽히기 싫어 한 줄로 사뿐사뿐 걸었다.




아지트 안에서 바라보는 앞산의 설경이 한 폭의 산수화다.
지긋이 바라보노라니 머릿속의 잡념은 봄볕의 아지랑이처럼 사라졌다.

텅 비었다.
무뇌의 느낌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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