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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Mar 05. 2020

이동식 주택 아지트의 일상-텃밭 만들기

마눌님과 함께 아지트를 찾았습니다.
강자갈 위에 우뚝 솟은 화이트와 그레이 투 톤의 아지트가 멋집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나...
지난번에 설치하다 실패한 CCTV를 달았습니다.

저번에 마땅한 드릴 비트가 없어 구멍을 못 뚫었거든요.
미리 산 비트로 구멍을 뚫어 피스 박고 실리콘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젠 뭔가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듭니다.
한 김에 현관 외부 센서등도 답니다.




이웃이 준 칡뿌리를 지난번에 토막 내고 남은 걸 쪼갭다.
잘게 톱질하고 칼로 조각내는데 칡 향기가 깊게 스며드네요.

말려서 차로 끓여 먹으면 참 좋습니다.
마실 때마다 나눔 해준 이웃이 생각나곤 합니다.



다음은 텃밭 조성입니다.
이웃집과 텃밭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측량 말뚝을 찾아 노끈으로 표시했거든요.

그리고 흙을 파내고 돌을 쌓습니다.
돌을 처음 쌓다 보니 시행착오 투성이네요.




한 단으로는 약해서 두 단, 세 단으로 합니다.
초보치고는 제법 그럴듯합니다.

흙을 걷어낸 곳은 자연스레 배수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또한 자갈과 흙으로 구분된 마당과 텃밭 경계를 큰 돌로 표시합니다.




보기에도 훨씬 운치 있습니다.
마눌님도 솥에 장작불을 피우고 나서 이내 삽을 들고 동참합니다.




이제 텃밭이 성토하기 전처럼 모양새를 갖춰나가네요.
지난번에 설치하지 못한 나머지 정원등도 텃밭 경계에 설치합니다.

오후 5시인데 벌써 해는 서산으로 꼭꼭 숨어버리네요.
앞으로 고랑도 파야 하고 평탄 작업과 돌로 경계 표시도 해야 합니다.

농촌 일은 한꺼번에 한다고 끝날 일이 아닙다.
몸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죠.

조금씩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누가 쫓아오지 않기에 쉬엄쉬엄할 일입니다.

오늘은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습니다.
일할 때 입던 점퍼도 벗어던졌습니다.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 기온을 보니 20도입니다.
봄이 성큼 온 것 같아요.

하지만 주말에 눈이 온다네요.
올겨울 처음이자 마지막 눈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마눌님은 간식으로 군고구마와 칡차를 내옵니다.
장작불을 피울지도 군고구마를 만들 줄도 몰랐는데 이제 선수가 다 되었습니다.

땀 흘리고 먹는 소박한 간식은 그 어느 진수성찬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이렇게 농촌에서 꼼지락거리다 보면 잡생각이 나지 않아서 정말 좋습니다.

거기에 시간도 금세 지나가 더 좋고요.
아지트 짓기를 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아지트에서 저녁을 먹고 어두워진 마당을 거닐며 고요함을 즐깁니다.
마눌님은 추위를 너무 타서 밖에 나올 엄두를 못 냅니다.




정원등 5개와 아지트 외벽 전등이 고즈넉하게 어우러지는 밤입니다.
라떼도 고단한지 일찍 곯아떨어집니다.







눈이 한바탕 쏟아진 뒤많이 포근해졌습니다.
우수가 지났으니 봄이 머지않았죠.

우수는 눈이 녹아 비가 되고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합니다.
동토(凍土)가 된 텃밭은 눈이 녹으며 보들보들해졌어요.



그래서 지난번에 마무리하지 못한 텃밭 가장자리에 돌담을 쌓았습니다.
돌이 많아 텃밭 조성에 어려웠던 단점이 이제는 장점이 되는 순간입니다.

비록 높이 쌓는 건 아니지만 돌 쌓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돌을 쌓았다 맘에 안 들면 곧바로 뿟고 또다시 쌓습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겼어.
한땀 한땀 쌓아가니 제법 모양새가 갖춰져 뿌듯합니다.




다음은 텃밭에 고랑을 만듭니다.
텃밭을 네 등분하고 고랑을 세 개 만들었어.

무료 나눔 받은 시멘트 블록을 고랑 가장자리에 하나하나 세워나갑니다.
두 고랑을 만들고 나니 블록이 모자라 나머지는 돌로 대신합다.




해놓고 보니 블록보다는 자연석 돌로 만든 게 훨씬 운치 있습니다.
처음부터 있던 돌을 할 건데 많이 아쉽습니다.

이왕 설치해놓은 블록 고랑을 돌로 교체하기엔 들어간 정성이 너무 아까워 다음 기회로 넘깁니다.
돌담 고랑의 운치를 보게 될 미래를 위해!




그리고 봄 파종을 위해 텃밭에 퇴비도 뿌려줍다.
생땅이니 반드시 시비를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김에 아지트의 고질병도 손봅니다.
아지트로 들어가는 수도관 일부가 밖에 노출되어 영하의 기온에 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지트에서 생활하며 난방을 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엑셀 호스가 겉으로 드러난 곳은 우레탄 실리콘으로 마감합니다.




보온이 미흡한 수도관에 보온재를 이중으로 덧씌우고 마무리합니다.
앞으로 수도관이 얼지 않겠죠.




다음은 아지트 지붕의 물받이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도랑으로 빠지도록 손도 봅니다.
이제 빗물이 아지트의 데크로 들어오지 않게 되어 다행입니다.




저녁에는 로컬푸드직매장에서 구입한 더덕과 자반고등어를 숯불에 구웠어요.
이틀간 수고한 펜이 부부를 위한 특별식인 셈이죠.

다소 무리를 한감이 있지만 아지트를 관리하면서 소일거리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덕분에 밥맛도 좋고 밤에는 꿀잠을 자서 좋습니다.




밤엔 마눌님과 라떼와 함께 마실을 나갑니다.
시골이라 어두울 줄 알았는데 가로등이 많아 마을이 밝아서 좋다며 마눌님이 만족해하는 표정이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귀촌의 좋은 징조죠~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청정지역이라 별이 참 많습니다.
재작년 지리산에서 본 것처럼 환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동네 마실을 돌고 나니 차분하게 비가 내립니다.
분명 봄을 재촉하는 비입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어서 오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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