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은 울타리와 대문 만들기첫째 날입니다. 입구에 아무것도 없어 동네 개들이 자주 응아하고 가요ㅜㅜ 어젯밤도 10시가 넘에 한 녀석이 실례를 하다가 울 라떼한테 걸려 줄행랑을 쳤어요ㅎ 펜이 아지트 짓기 전에 자기들 아지트였나 봅니다ㅡ.ㅡ
대문은 걍 생각나는 데로 합니다. 먼저 지주를 세우기 위해 곡괭이로 구덩이 네 군데를 팝니다.
그리고 구덩이에 쇠말뚝을 박고 그 옆에 각목을 박습니다. 정식 대문이라면 방부목이나 아연관을 사용해야 해요. 요건 멍뭉이들 출입금지용이잖아요ㅎ 그래도 쇠말뚝과 각목을 철사로 단단하게 고정해줍니다. 일반 각목으로 조금 작은 감이 있지만 완성되면 오일스텐을 발라 부식을 예방할 겁니다.
구덩이 빈 공간은 자갈과 흙으로 메꿔줍니다. 다음은 각목과 각목 사이에 데크목을 2단으로 연결해 피스로 튼튼하게 고정합니다.
데크목을 직소기로 무릎 높이 65cm로 잘라 윗부분은 뾰족하게 재단합니다. 지주와 옆으로 연결된 데크목에 재단한 데크목을 세로로 세워 피스를 박아 고정합니다.
아담한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절반을 하고 나머지를 연결해야 하는데 데크목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야! 호!~를 외쳤어요ㅎ 재료 떨어지면 오늘 일은 끝이죠~ 거기다 비까지 오니 오늘은 이걸로 시마이~~~
울 라떼는 쥔장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망중한을 즐기고 있네요ㅎ
간식으로 군고구마 달랑 3개ㅡ.ㅡ 다음엔 머슴 제대로 멕이고 일 시키라고 농성해야겠어요ㅎ
예보된 눈은 아니 오고 비가 옵니다. 아지트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삼선짜장에 탕수육 그리고 껄2 딱 한 잔 합니다ㅎ 텁텁한 껄2 한 잔에 낮에 쌓인 피로가 싸~악 가십니다~ 대문에 문도 달고 나머지 부분은 또 언젠가는 완성되겠죠~
대문 만들기 둘째 날입니다.
전날 밤에 눈이 제법 많이 내렸네요.
아지트 안에서 바라보는 설산이 참 고즈넉합니다.
이대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됩니다.
아점을 먹으며 병아리 모이 먹듯 했습니다. 밥 한 숟가락에 산 한번, 신선놀음이 따로 없어요.
오랜만에 눈도 씁니다.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이죠. 마당이 넓어 다닐 길만 겨우 쓸었습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살에 눈은 금세 녹아내리네요.
오후에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나머지 부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재료가 없어서 목재상에서 방부목 38×38×3600mm 1장과 21×120×3600mm 4장을 사 왔어요. 목재가 커서 역시 캠핑카의 220v를 이용해 직소기로 재단합니다. 캠핑카의 유용한 활용이죠.
아지트로 옮겨와 세부 재단을 해서 울타리와 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120mm 데크에 경첩을 부착할 38mm 방부목에 데크를 덧대서 피스로 박습니다.
기존 설치된 울타리 윗부분이 뾰족해서 대문은 둥글게 라운딩 처리합니다. 직소기를 제대로 활용한 사례입니다. 캠핑카 내부 리모델링부터 아지트 DIY까지 진즉에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됩니다. 직소기로 자를 건 자르고 드릴로 피스를 박을 건 박습니다.
대문의 모습으로 탄생했습니다. 나름 자찬하며 울타리 지주에 세우고 경첩을 붙였어요.
비록 한쪽만 완성됐지만 아담하고 멋지게 보입니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기온이 많이 내려가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룹니다. 떵손이 이것저것 만들려니 손에 익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래도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실생활에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대견스럽습니다.
시골 아지트는 향수에 젖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눈이 오고 날씨가 추우니 앞집 처마에 고드름이 달렸네요. 아이스케키처럼 쪽쪽 빨아먹던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납니다. 이왕 눈이 왔으니 눈사람도 만들건데... 도시에서만 살다 보니 감성이 많이 메마른 것 같아요. 내일 눈이 녹지 않는다면 추억을 소환해야겠습니다.
아지트 대문 하나 만드는 데 사흘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것같습니다. 펜이도 그렇게 생각해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데다가 떵손이니 그럴 수밖에요. 겨울 날씨가 따뜻한 오후에 한두 시간씩 하니 그렇죠. 하루 종일 한다면 일이 되고 노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정확한 설계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합니다. 설령 설계도가 있더라도 까막눈이니... 오늘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문짝을 만들어 경첩을 붙이고 고정장치까지 붙입니다. 두 번째 문을 만드는데 선행학습을 해서인지 쉽게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문을 이미 설치된 문과 울타리 사이에 넣으니 맞지 않아요ㅜㅜ
순간 맥이 풀립니다. 문 사이즈가 조금 커서 피스를 풀고 다시 재단했더니 겨우 맞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그래도 나름 만족하며 데크 테이블에서 나 홀로 차 한잔으로 자축합니다.
길을 지나던 이웃이 귀엽고 앙증맞다며 마당까지 들어와 칭찬해줍니다. 겸연쩍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러는 사이 마눌님이 라떼와 함께 양손에 무겁게 무언가를 들고 옵니다. 수고하는 펜이를 위해 장을 봐온 것이에요.
숯불을 피우고 촌닭을 올려 닭구이를 처음으로 해봅니다. 맛이 끝내줘요~
펜이 부부만의 대문 준공 자축연인 셈입니다.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지자 자연스럽게 불멍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