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집 #8
12월의 찬 바람이 지나고
느린 해가 높은 누각에 머물 즈음
너는 한 편의 시처럼 왔다
그런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내 손에 들린 작은 물건엔
꽃집 점원의 넋두리가 묻어 있다
요즘 꽃들은 향기가 없다고
사시사철 피어야 해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억지로 개량되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탄하며 그 향기 없는 작약을 포장한다
그러면 나는 괜한 반항심에-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꽃이 이쁘면 된 거 아닌가요
어차피 제겐 다 풀꽃처럼 보이는 걸요
그래서 우리한테도 풀 향기가 나는 것 아닐까요
향기는 이걸 들고 있는 사람이 채워줄 거라고요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