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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Jul 30. 2022

무향

시 모음집 #8

12월의 찬 바람이 지나고

느린 해가 높은 누각에 머물 즈음

너는 한 편의 시처럼 왔다


그런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내 손에 들린 작은 물건엔

꽃집 점원의 넋두리가 묻어 있다


요즘 꽃들은 향기가 없다고

사시사철 피어야 해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억지로 개량되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탄하며 그 향기 없는 작약을 포장한다


그러면 나는 괜한 반항심에-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꽃이 이쁘면 된 거 아닌가요

어차피 제겐 다 풀꽃처럼 보이는 걸요

그래서 우리한테도 풀 향기가 나는 것 아닐까요

향기는 이걸 들고 있는 사람이 채워줄 거라고요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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