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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14. 2024

시 읽는 일요일(160)

   放心방심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젖히고


   (얼마나 마음을 풀어놓아야 집을 관통하는 제비의 하얀 아랫배를 볼 수 있나. 그보다,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인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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