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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Jul 13. 2024

팁=보람

   개업하고 2년이 지나니 한달 팁만 4~5만 원 선으로 늘었다. 자주 찾는 단골이 팁이라면서 거스름돈을 되돌려 주곤 한다. 한달 4~5만 원이 별거 아닌 성싶지만 거저 받은 돈으로 주차비를 너끈히 충당할 수 있으니 어찌 고맙지 아니하겠는가.

   커피 사 먹으라고 쓱 찔러주는 3천 원, 만만찮은 두상인데도 애면글면 깎아 줘 고맙다는 성의 표시로 3천 원, 대신 감아주는 대가로 2천 원을 따로 받는데도 머리 감아 줘서 고맙다고 추가로 3천 원, 머리 깎으러 오는 게 편하기는 처음인 점방이라면서 돈 대신 컴포즈 커피로 대신하는 손님까지 합하면 제법 많기도 하고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 중 Y형은 커트하고 두피마사지까지 받고 나면 어김없이 만 원짜리 한 장을 쿨하게 건네고는 표표히 떠난다. 학창 시절부터 츤데레적 기질이 다분했던 형이었지만 맨 처음 점방을 찾았을 때부터 단 한 번도 우수리를 받지 않은 게 먹고 살아보겠다고 아득바득대는 후배를 격려하기 위한 형 특유의 표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미국에서 몇 년 살다가 돌아오다 보니 미국 질이 들어서라고 둘러대는 형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형이 주는 팁은 종이돈에 새겨진 값어치 그 이상이다. 

   가장 팁이 후한 손님으로는 뻣뻣한 직모에다 덥수룩하기까지 해서 깎을 적마다 애를 무지 먹는 깎새가 안쓰러운 나머지 요금만큼 팁을 주고 가는 손님이다. "머리카락이 왜 이 모양인지" 자책하면서 점방 문을 나서는데 깎새가 되레 무안해지곤 한다.  

   팁TIP이 '신속한 처리(적절한 서비스)를 보장받기 위해서To Insure Promptness(Proper service)'라는 말의 두문자에서 유래됐다는 설을 본 적 있다. 문자로만 놓고 보면 선제적 조치의 냄새가 짙지만 실제로 팁은 볼일 다 보고 맨 나중에 받는다. 물론 조건이 있다. 서비스 제공자의 태도를 봐뒀다가 팁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니까. 그러니 거의 공식적이고 의무적이다시피 한 서구 팁 문화와는 달리 우리가 받아들이는 팁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덤이다. 주면 웬 떡이냐 싶지만 아니 준대서 서운하거나 괘씸하지는 않다. 요는 서비스 구매자가 아닌 제공자의 길에 들어서고부터 '자발적으로 주는 돈'이라는 팁의 정의에서 '돈'보다는 '자발적'이라는 의미에 더 방점을 두게 된 깎새다. 즉,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 사이에 건설적이면서 친근한 유대감의 발현으로써 팁을 '보람'이란 단어와 등치시킴으로써 정신 건강을 이롭게 하려는 혐의가 짙다. 쉽게 말해 팁을 받으려면 더 나긋나긋해야 한다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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