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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조지 Apr 06. 2016

blower's daughter

딸과의 첫 신경전

토요일. 엄마는 일하러가고 아빠와 둘이 보내는 주말.


아빠랑 있으면 부쩍 걷기 싫어하고 안아달라는 투정이 심해져서 아내는 버릇된다고 안아주지 말란다.


그게 딸과의 첫 신경전이 될 줄이야.


빵사고 아이스크림사고 두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아파트쪽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막무가내로 안아달란다.


"아빠가 무거운거 들어서 못안아줘. 만약에 아빠가 아프거나 하면 어쩔꺼야. 자꾸 걷지 않으려하면 안돼"


"그래두. 그래두"


계속 그래두 인아달라며 버틴다. 여기서는 버릇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단호히 거절했다. 눈물 콧물 흘리며 걸어서는 안내려가겠다고 버티는 딸을 끝까지 설득했지만 허사.


그렇게 아파트계단에서 30분을 대치했다.


오가는 할머니,아줌마 들은 "우리 예쁜 아가씨가 왜 우시나" 측은해하는 동시에 아빠를 힐난하는 눈초리로 지나간다.


결국 퇴근한 엄마에게 계단에서 30분간 울면서 버틴 딸을 인계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커피한잔 마시고 집에 들어서니, 아내가 "맨날 안아주면서 오늘따라 유별나게 왜 그래"


그러게. 왜 오늘따라 그랬을까.


백만번,천만번도 안아주고 싶지만, 오늘따라 왜 그랬을까.


훈육의 길은 멀다. 그리고 이기적이지만 그건 아내에게 맡기고 싶다.


난. 백만번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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