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입양 그 후...
깨비는 올 해 6살이 된 갈색과 연한갈색 흰 색이 섞인 파티칼라의 장모치와와다. 역삼각형의 얼굴형은 진한 갈색의 귀 부분과 흰 색과 밤색이 섞인 이마 그리고 연한 갈색의 눈썹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깨비의 흰색 바탕의 밤색 무늬가 무질서하게 섞여있는 이 미간을 가장 좋아한다. 치와와 치고는 눈이 튀어나온 편은 아니지만, 단두종이 그렇듯 코가 아주 눌려있고 이 갈색코와 입 주변으로는 수염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있다. 특이하게도 몸통은 흰 바탕에 밤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는 꼬리까지 이어져 한 편의 수묵화같다. 이런 외형을 가진 깨비는 몸무게는 2.3키로이고, 다리가 짧은 편에 속한다.
나는 그녀가 정확히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4년간 목동의 한 애견까페에서 방치되다시피 하다 있다 온 것을 안다. 다른 개들 사이에서 유난히 몸집이 작은 이 친구는 슬개골탈구가 발생한 채로 오래토록 앉아만 있었고, 그로 인해 뒷다리의 근육이 거의 없다 싶이 한 상태였다. 애견까페에서도 현관문 앞에서 앉아만 있던 그 짠한 모습에 홀리듯이 이 친구를 입양하게 되었다. 오래토록 케어를 못받은 깨비의 상태는 피부병이 심해 귀염증과 발과 생식기의 습진이 심각한 정도였다. 발은 어찌나 핥고 빨았는지 그 색이 말라붙은 피 색같았다. 이런 피부상태와 별개로 산책 한 번을 안해본 발바닥은 어찌나 분홍분홍하고 말랑하던지, 굳은살이라곤 한 개도 없었다. 꺠비의 더 큰 문제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이었다. 본견의 의사나 요구가 반영된 적이 없으니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만 있었다. 내가 깨비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죽을 날만 기다리나보다.’ 였다. 3-4살이면 개로도 한창인 나이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다니…
우리집에 온 깨비는 그때부터 특훈이 시작되었다. 집 앞에서 10분간 하던 산책의 양을 점점 늘리고, 안양천에를 나갔다. 다른 동물이 마킹한 곳을 데려가 냄새를 맡게 하고 데크나 콘크리트 흙바닥 등 골고루 밟게 했다. 두려움에 걷지를 않으려해 내가 먼저 몇 발자국 걸은 뒤 쪼그려 앉아 “깨비야~” 하고 부른 뒤 사료나 간식을 줬다. 그렇게 점차 야외에 맛을 들리게 했다. 집에서는 안 신는 양말, 종이컵, 고무줄 바지 등등에 사료를 숨겨 냄새로 직접 찾아먹게 하는 노즈워크를 시켰다. 그렇게 만이라도 이 친구가 움직이길 바랬다. 그렇게 2년간 우리와 함께 지낸 깨비는 2번의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하고 재활에도 비교적 성공한 전사다.
깨비는 짖음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대신, 끄응 꾸우우우웅 이라며 헛기침을 내는 듯한 소리로 본인의 부정적인 기분을 표현한다. 실제로 들으면 훈장님이 화를 내기 일보직전 같아 나와 남편은 “깨비님 언짢으시다” 라며 깨비의 요구를 들어주곤 한다. (대부분 먹을 걸 더 달라는 표현이다.) 깨비는 식욕이 엄청나다. 다리 수술을 한 병원에서도 식욕이 왕 좋아서 다른 개들보다 먼저 퇴원할 수 있었다. 깨비는 한창 때 매일 양배추와 당근, 셀러리, 오이 등을 어른 손바닥만큼씩 먹곤 했다. 작년에 장염을 심하게 앓은 뒤론 생채소를 간식으로 주진 않지만, 지금도 한 번씩 배추를 주면 자기 자리에 가서 두 앞발로 쥐고 야무지게 뜯어 먹는다. 워낙 잘먹다보니, 약도 참 잘먹는다. 병원에선 개들에게 약 먹이는 것이 가장 곤욕이라 하는데, 우리 깨비는 청국장가루에 가루약만 타줘도 너무 잘먹는다; 참 고마운 일이다. 한 달에 한 번 먹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그냥 주기만 해도 특별간식인양 꿀꺽꿀꺽 넘긴다.
예쁜 모습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깨비는 차를 타면 그냥 바로 잠에 든다. 차 안에 설치된 카시트에 깨비를 놓으면 1분안에 깊이 잠든다. 우리는 강원도로 자주 캠핑을 가는데, 차만 타면 잘 자는 깨비 덕분에 운전길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여러모로 참 고맙다.
한 편, 빗질과 털정리를 어마어마하게 싫어한다. 장모치와와는 이중모로 겉 털과 속 털 이렇게 두 종류가 나있다. 겨울엔 속 털이 빽빽히 채워져 소위 말하는 “털찐” 상태가 되고, 여름엔 이 속털이 모두 숭숭 빠져 바람이 불면 시원하도록 털갈이를 한다. 털갈이 시즌이 아닌 평소에도 털빠짐이 심한데, 어느 정도냐면 전자레인지를 열면 거기에 개 털이 들어있다. 털갈이 시즌에는 뭉친 털이 냉장고며, 식탁, 평소 우리의 옷 등에 뭉텅이로 턱턱 붙어서 굴러다닌다. 그래서 평소 빗질을 해주려고 하는데 그렇게 싫어한다. 남편과 나는 깨비에게 빗질을 할 때 마다 한 사람은 앞에서 무릎꿇고 간식을 입에 넣어주고, 한 사람은 딱 붙잡고 최대한 덜 아픈 빗으로 빠르게 죽은 털을 정리해낸다. 강아지들은 발바닥털을 밀어 미끄러운 바닥에 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깨비는 슬개골탈구 수술을 했기에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 바닥에 미끄러져 또 다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집의 바닥에 매트와 카페트를 깔아 깨비의 다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놨다. 그럼에도 발바닥 털 정리는 필요한데, 강아지 이발기를 꺼내기만 하면 깨비는 본인의 집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아니, 강아지 이발기가 들어있는 선반을 열기만 해도 무엇을 하는 지 알고 본인의 집으로 쏙 들어가 눈치를 본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깨비의 발바닥 털 깎기를 포기했다. ㅋㅋㅋㅋ 한달에 한 번 심장사상충 예방을 위한 약을 타고, 정기검진을 받을 겸 동물병원에 가는데 그 때 의사선생님께 맡긴다. 집이란 장소에서 만큼은 이 친구가 본인 하고 싶은대로 하길 바란다.
우리는 배변훈련 말고 어떠한 훈련도 시키지 않는
다. 그럼에도 깨비는 ‘앉아’ 와 ‘손’ ‘기다려’ 정도는 할 수 있다. 천재라고 생각한다. 동물이 어떻게 인간의 말 그것도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인지! 눈치로 하는거라면, 그것 또한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읽는 그 탁월한 능력! 나보다 낫다.
아! 깨비는 어마어마한 코골이꾼이다. 코고는 소리가 너무 커 자다가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술취한 아재가 고는 것 마냥 큰 소리로 코를 골고, 한 번씩 크어엉 이러면서 표효한다. 반려견을 들이면 수면의 질은 포기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어마어마한 뽀뽀쟁이다. 살이 보이는 곳이라곤 다 핥는다. 누워있으면 내 옆에와서 볼을 핥다가 콧구멍, 귓구멍까지 혓바닥으로 싹싹 청소를 해준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볼 때 무릎에 올려놓으면 내 손을 본인의 앞 발로 딱 잡고 정성스레 핥아준다. 처음엔 너무 많이 오래토록 핥아 걱정했지만, 이를 우리에게 보내는 애정표현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깨비는 개들의 평균시간보다 오래잔다. 나는 자는 그녀를 아주 오래토록 바라보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진심으로 내 딸이구나 라는 진한 연결성을 느낀다. 얼굴과 손, 발 모양 모두 나와 다르지만 심지어 내 딸은 온 몸이 긴 털로 복슬복슬 뒤덮여 있지만 내 딸임을 알 수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가는 모든 순간이 사랑스럽다. 나의 엄마, 즉 깨비의 할머니를 보면 신이 나서 꼬리를 상모돌리듯 붕붕 돌리며 궁둥이를 씰룩 거리는 모습, 간식을 손에 쥐고 “깨비야~” 라고 부르면 다다다다 거리면서 뛰어오는 모습, 목욕을 하고 나오면 버둥거리는 모습, 엄마가 코에다가 그렇게 뽀뽀를 해도 꾹 참는 모습,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두 발로 일어나 나의 궁둥이를 툭툭 치며 “엄마, 나 여기있어요. 나도 껴주세요” 라고 본인의 존재를 호소하는 모습 등 모든 것이 사랑 그 자체이다.
나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친구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어찌 이리 이쁜 아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지.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