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관하여...
우와, 주말 내내 집에만 있었다! 그 동안 꼬리뼈 치료받느라고 주말마다 한티에 있는 한의원가고, 넷플연가에서 하는 번역클래스 가는 등.. 계속해서 일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은 토요일 오전에 건강검진 받은 거 말고는 온전히 집에서 쉬었다. 어찌나 좋은지!!!
집안일을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게, 하나의 자유라는 것을 새로이 느꼈다.
아! 건강검진은 직장에서 권유해서(강제) 받았는데, 피검이랑 흉부엑스레이 그리고 구강검진을 했다. 구강검사를 해주는 선생님이 나에게 이가 크고 튼튼하다면서 이는 뼈가 단단한 것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복받은 거니 지금처럼 관리만 잘하면 된단다.
맙소사! 내가 타고나길 건강하다고? 그것도 뼈와 관련되서? ㅎㅎㅎ
내가 건강하다라는 말을 처음들어서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러고보니, 사우나에 가도 세신사가 '운동하나봐요? 엉덩이가 탄탄하네'라면서 물었었다. 꼬리뼈 치료를 위해 간 한의원에서도 허리근육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최근엔 증명사진을 찍으러 간 사진관에서도 나를 보더니 '운동하시나봐요? 자세가 좋은데요?'라고 했다. ㅎㅎㅎ 그제야 나는 내 몸이 다시 보이더라!
신기하다. 그동안 나는 내가 마르고 비리비리한 여자아이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탄탄하니 운동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리고 나는 이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맞다. 전남편이 나에게 심어준 인셉션이 있다면 '히연아 이겨내야되'이다. 그의 기준에 나는 체력이 매우 약한 한참 미달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를 산으로 운동센터로 데리고 다니며 '더 해야지! 이겨내야지' 라면서 푸쉬했다. 덕분에 나는 ㅋㅋㅋㅋ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그의 역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번의 유산을 겪은 뒤 나는 너무도 변하고 싶었다. 유산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믿어서, 내 몸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간절히 방법을 찾았다. 달리기도, 필라테스도, 홈트도, 무용도, 식단도, 해부학공부도, 동의보감 공부도 모두 다 '나는 건강하지않아. 나는 아이를 못갖는 몸이야'라는 결핍에서 벗어나려 발악한 증거들이다. 그랬던 시간들이 쌓여 습관이 되었고, 지금의 나는 흔히 말하는 '관리를 잘하는 여자'가 되었다.
한편 '나는 약해'라는 시선은 부모 그것도 엄마에게서 온 것 같다. 엄마는 자주 '너는 날 닮아서 몸이 약해'라고 했다. 그리고 나와 엄마를 동류로 묶어, 아빠가 요구하는 일들에 거부하는 변명으로 썼다. "얘가 나를 닮아서 약해! 공장이나 밭에만 나갔다오면 병이 난다고"하면서....
엄마가 원하는 것(공장에 나가지 않기, 전업주부로만 있기-부르쥬아로 있기)을 이루려면, 딸인 내가 약했어야만 하는 것 같다. 체력이 너무도 약해서, 혹은 타고난 면역력이 바닥이라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_ 내가 그래야만 엄마가 비집고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엄마는 딸의 삶을 차지하는 파이를 늘렸던 것이 아닐까?
이혼하고, 부모와 떨어져 산 1년간_ 폴댄스도 해보고, 날씨가 좋을 땐 우이천을 달리면서 몸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엄마(+사회)가 씌여놓은 정조대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런 근거없는 이야기에 나는 얼마나 휘둘리고 좌지우지 되었는지가 보이더라.
그리고 비로소 나는 약한 사람이 아님을 선언한다. 나는 전문의가 말한 것처럼 타고나기를 튼튼한 부분이 있으며 약한 것도 있다. 뼈나 관절은 단단한 것 같은데, 생식기능이 약하다. 그래서 오늘도 친구에게 '나는 튼튼한 것 같은데, 애만 못가져. 나같은 사람이 건강검진 하라는 건 진짜 인력과 세금낭비다'라고 이야기했다. ㅎㅎㅎ
그렇다. 나는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임무라고 보는 세상에서는, 엄마가 보는 그런 세상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부족한 사람이다. 그 세상안에서는 내가 노력해도 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저 곳을 벗어나니.. 떠나니.. 나는 말랐지만 탄탄한 그리고 운동을 비롯해 밥도 건강식으로 챙겨먹는 생활습관이 참 잘 든 건강한 사람이더라. 누군가의 워너비이기도 하고 ^ ^
나는 이제 약하지 않다. 나는 나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다. 이건 누가 대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증명해주는 사실이다. 그 동안 쉬고싶다며 휴양지로의 여행만을 갔는데, 내 몸에 자신감이 붙자... 여행지가 바뀐다. 네팔이나 중앙아시아로 트레킹을 가고 싶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 ^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