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연구가 Nov 01. 2023

괴물(怪物)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곱씹어 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인스타나 홈페이지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들을 체크해 둔다. 이번 BIFF에 상영되는 영화를 체크하는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설명과 사진, 플롯을 보자마자 바로 캡처를 해 두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중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은 평소 내가 활용하는 자료로 자주 공유되어 해마다 반복해서 보는 영화 중 하나이다. 다큐멘터리 연출가였던 그는 사회적 약자를 다룬 작품들을 만들다 영화 '환상의 빛'으로 데뷔했다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의 특징은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거나,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식, 의, 주 중 어느 하나가 항상 부족하거나 모자란 듯한 가족들의 모습,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인간의 삶에는 정답이 없으며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 쉽게 보지 못하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달해 준다. 영화가 다루는 소재는 누구나 생각해 볼 만한 것이지만, 풀어나가는 과정과 그의 생각을 담담하게 담아냄으로써 더 큰 여운을 남게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어떻게 하면 인물하나, 소재하나, 장소하나, 대사하나 등 모든 부분을 어쩜 이렇게 잘 어우르게 담아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늘 든다.


2023 BIFF 스페셜 굿즈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패키지


올해 11월 29일 개봉 예정인 영화 '괴물'을 부국제에서 미리 보고 와서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인 이 영화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그리고 귀여운 쿠로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가 등장한다. 부국제에 감독과 영화를 중점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두 주인공인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가 내한하여 모습을 보였다. 너무 귀여웠던 어린 두 배우는 서툰 한국말로 자기를 소개했고, 관객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부국제에서 순식간에 매진되어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다루고 있으며 교권, 학생의 인권, 학교의 입장, 학부모의 입장 등이 충돌하는 모습을 인물별로 자세히 다루고 있다.


2023 BIFF 중 영화의 전당(야외)에서 상영한 영화 '괴물'  - 아주 작게 보이는 감독과 두 배우의 모습



  싱글맘이 키우는 아들 미나토가 학교를 다녀온 이후의 행동이 이상해 학교 상담을 신청했고, 그녀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관리자와 선생님은 엄마의 얘기를 자세히 듣지 않았고, 극단적인 사과의 말로 얼버무리는 행동을 보여 엄마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아들 미나토와 얘기를 하고 싶어도 계속 회피하며 이상한 말만 늘어놓다 우연히 같은 반 친구인 요리를 알게 된다. 알고 보니 학교에선 친구들에게 요리는 따돌림당하는 대상이었고, 미나토와 요리와 각별한 친구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나토의 담임교사는 미나토의 엄마 민원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며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교사를 단순 부품으로 여기는 학교의 관리자, 다른 교사들의 표정, 행동이 담긴 장면들에 이어 답답함에 더 큰 답답함을 증폭시키는 학급 학생들의 거짓말이 연속적으로 드러난다. 각자의 입장을 장면별로 나눠 담아냈고, 이 영화의 제목처럼 '결국 괴물은 누구인가?'를 떠올리며 내용은 끝이 난다.


시각에 따라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고, 누구나 괴물로 보일 수 있다.
 

  127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한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올해 교권 추락의 끝을 달리는 사건들이 등장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도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교사의 인권, 학생의 인권,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었다. 신처럼 미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사회가 다뤄야 할 중요한 문제점을 누구보다 빠르게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예전에 초등학교 교육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이 소재를 생각했던 것일 수도. 영화 속 천진난만해 보였던 두 아이도, 그 아이들의 부모도, 자기 살길 바빠 보였던 학교관리자도, 누구의 입장도 헤아리지 않았던 학교도, 학급 친구들을 따돌렸던 학생들도, 방관하며 지켜봤던 학생들도 괴물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사회가 바라봤을 때 그리고 이 감독이 바라봤을 때, 괴물은 과연 누구였을까?


우린 저마다 각자의 입장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자신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다. 그렇기에 함부로 그 입장을 대변해서 가타부타 확신하며 얘기할 수는 없다. 또한 자신의 입장이 언제나 정답이라 확언할 수 없다. 누가 보기엔 평범한 사람이 어느 상황에선 괴물이 될 수도 있으며, 내가 생각했을 때 따뜻하게 보였던 존재가 다른 이에겐 괴물로 보일 수 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국제영화제의 매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