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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Nov 22. 2023

네 다음 라켓은요

나의 현실을 마주하다. 

  올해 3월에 시작한 테니스는 내 평생 운동으로 자리 잡을 만큼 배우는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낀 운동이 되었다. 함께 배우게 된 동료들과는 매주 금요일에 게임을 할 만큼 각자의 실력을 기르고 있었고, 마침 11월에 지역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해서 참가하자는 말이 나왔다. 파트너분이 나가자고 용기를 내줬지만,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는 말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 테린이도 아닌 새싹정도의 수준이고 대회에 나갈 만큼 룰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닌 아직 어느 정도의 게임은 칠만큼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동료분들도 나가신다는 소식도 듣고 대회 분위기도 익힐 겸 덜컥 신청서를 제출했고, 파트너와 나는 2주라는 시간 동안 합을 맞춰보며 현실을 마주했다.

 

  오전 9시쯤 우린 다 함께 대회장에 도착하였고, 환복을 하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실내 테니스장이라는 말에 파트너와 나는 올화이트룩으로 맞추기로 하였는데, 문제는 위아래가 반팔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실내 테니스장은 실내 같지 않아 다시 환복을 하기로 결정한 순간 대진표가 나왔고, 우린 정신없이 코트로 들어갔다. 코트 밖으로 야구공이 왔다 갔다 하듯 몸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짧은 시간이 지났고, 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추워서 긴장된 건지, 이기고 싶은 마음에 긴장된 건지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고 승부욕은 불타올랐다.  


우리 A조에는 총 4팀이 있었고, 적어도 3게임은 할 수 있었다. 처음 나간 만큼 대회 경험도 쌓고, 즐겁게 테니스를 배워보자는 마인드로 3게임에 임하려 했다. 첫 게임은 6:0으로 끝났다. 상대팀 몸도 풀리지 않은 채 임한 게임이었지만 우리의 초라한 구력이 그걸 이겼던 듯했다. 두 번째 게임은 상대팀 경기를 미리 보며 게임치, 구력, 실력을 예상해 본 후 어느 정도의 거만함을 안고 임했다. 결과는 6:2로 끝났다. 상대팀의 한 분이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얘기를 들어서 충분히 우리의 구력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라? 하는 순간 범실, 허! 하는 순간 범실의 연속이었다. 믿기지 않은 결과는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나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긍정파워만을 안고 나온 대회에 급발진을 한 순간이었다. 3월부터 테니스를 배우며 쏟아온 내 시간과 감정, 노력이 한순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마지막 게임에 내 모든 것을 갈아 넣겠다는 다짐을 했다. 


마지막 게임의 상대는 함께 나간 다른 동료팀이었다. 우리보다 구력이 3개월이나 더 된 팀이어서 예선을 통과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팀이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팀이지만 마음이 편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몸이 풀려있는 상태라 결과는 7:5로 끝이 났다. 나의 승부욕은 당장 다음 주, 아니 올해 마지막과 내년까지의 게임을 기약할 정도였지만 다행히도 난 급발진을 가라앉혔고 대회를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대회를 임하기 전, 파트너와 나는 모든 게임을 6:0으로만 지지 말자고 다짐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역시 테니스!

테니스란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에 후회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내 승부욕을 알게 되었다. 발이 빠른 것에 비해 거리 조절이 아직도 부족했고, 포핸드와 백핸드의 기본은 꾸준히 다져야 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다른 팀들의 서브를 보며 매력적인 서브를 배워야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새로운 라켓에 욕심을 키울 수 있었다. 첫 라켓인 윌슨 프로스태프(97UL)에 더 익숙해지기 위해 두 번째 라켓은 100UL로 잘 맞춰 내 기본 실력을 꾸준히 다져나가야겠다. 코트 위에서 훨훨 나는 모습을 기대하며 더 여유 있게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오늘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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