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한 엄마가 이혼 과정을 겪으며 평소 잘 못 돌보던 딸을 위해 학원 앞에서 기다리는 장면이 나왔다. 내년에 중학교로 올라가는 딸은 엄마에게 말한다. '다른 엄마들은 또 다른 학원으로 이동하기 전, 싸 온 도시락을 자식 입에 넣어주던데'라고.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지금껏 자녀에게 못해준 것들을 생각하며 많이 속상해하고 미안해한다.
어릴 적 비가 쏟아지던 날, 학교 앞 모든 엄마아빠들이 우산을 들고 자식을 기다리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날따라 엄마말을 안 듣고 우산을 안 가지고 학교로 갔던 터라,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나도 엄마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5분도 채 안 지나, 그 많던 학부모들은 자식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엄마를 찾던 나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뛰어갔다. 집에 도착해 서운한 마음에 엄마를 외쳤고, 막 단잠에서 깬 듯 놀래 안방에서 나온 엄마는 비 맞은 자녀를 뒤로한 채, 커튼을 젖혔다.
그때 당시 초등학생 밖에 안되었던 나는 그게 얼마나 서운했는지, 그 순간과 그때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세월이 한참 지나 그때를 다시 떠올려보면, 비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단잠에 잠들었던 엄마는 그 당시의 삶이 버겁고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엄마는 최선을 다해 자녀를 양육하고, 비가 온 지도 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잠깐 잠든 낮잠이 엄청 달았을지도. 그녀가 지켜내려는 가정을 위해 그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