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냄새가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도 10월에 어김없이 부산을 찾았다. 해운대 바다는 찾을 때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눈을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번엔 3박 4일이란 시간을 들고, 영화제 메이트와 함께 와서 그런지 더 신이 났다. 나에게 부국제란 스스로 한해를 잘 보내고 있다는 입증이자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마음껏 즐기자는 행복한 다짐이다.
베를린 영화제,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등장한 상영작, 수상작 등으로 언급된 영화들을 우리나라 부산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에 언급된 유명한 영화들의 티켓팅은 정말 치열하다. 사전에 영화제 메이트와 난 서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뽑아놓고, 3박의 일정을 정리해 보며 치열한 티켓팅에 참여했다. 리스트에 있던 영화 중 아쉽게 놓친 것도 몇몇 있었고, 성공한 것도 몇몇 있었다. 우리는 기쁨의 환호를 지르며 영화제를 즐기기 위한 버스에 올라탔다.
'보통의 가족'부터 시작하여 '노 어더 랜드', '이별, 그 뒤에도', '메소드 연기', '플로우', '봄밤', '여름날의 레몬 그라스' 등 하루에 두세 편씩 여러 영화를 접했다. 틈틈이 오픈토크, 야외무대 인사를 보며 감독님과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 등을 들었다. 야외극장에서 본 플로우는 동물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영화는 대사가 없었고, 정말 동물들의 소리들로 어우러졌고, 실제 동물들의 움직임만이 담긴 애니메이션이어서 그런지 영상이 순간순간 기억에 남았다. 보통의 가족은 현시대의 부모역할과 자식 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사회와 연관 지어 낱낱이 담고 있었다.
생각보다 티켓팅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던 영화제랄까
3박을 다 즐기고 마지막 날 여유 있게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챙겨 버스에 올라탔다. 근데 왜 이리도 뭔가 허전하고,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건지. 전날에 본 여름날의 레몬 그라스 영화 때문인 건지. 치열한 티켓팅을 뚫고 만난 영화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거였는지. 이번에 부산을 찾아본 영화들은 생각보다 남는 게 없었고, 다녀와서 곱씹어 보고 싶은 영화가 '보통의 가족', '플로우', '봄밤' 정도라는 게 아쉬웠다. 물론 다 훌륭한 영화이고, 힘들게 제작되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부산까지 온 내 시간이 아깝지 않게 더 맛있는 음식들을 찾고, 바다 앞을 그렇게 서성거렸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들 아쉬움을 남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더 곱씹어 보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올 한 해를 잘 보내고 있는 나에겐 큰 휴식이자 힐링이자, 보상이었고 역시나 부산의 냄새를 즐길 수 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