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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테테 May 09. 2022

회고의 시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2022년 1월, 교보문고 개발자 매거진『리드잇zine』3호 中


어느새 연말이다. 유례없는 전염병 공포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일상은 유지되어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 거리를 두고 잠시 멈추는 일상과 비일상의 반복을 경험하며 그렇게 정신없이 또 1년이 흘렀다. 출판사 담당자와의 대면 미팅은 사라진 지 오래고 사무실에는 오전 오후로 택배 박스와 봉투들이 쌓여간다. 코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지점인 비인두까지 10여 센티미터를 쑥 집어넣는 검사용 면봉에 대한 거부감도 점점 익숙해져 간다. 이렇게 두 번째 연말을 맞이했다. 작년 이맘때 ‘내년이면 괜찮아지겠지’라고 하던 걸 기억한다. 하지만 새해를 20여 일정도 남겨둔 지금도 여전히 ‘내년에는 과연 괜찮아질까’를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무지막지한 전염병과의 싸움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법. 지금 당장 내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일일 확진자수가 아니라 집과 회사를 오가는 길에서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시간에 투자할 것인가. 남들과 같은 속도로 걸어갈 것인가, 조금 더 빠르게 뛰어갈 것인가. 자기반성과 다짐의 시간. 


“계속 뛰는데 왜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이렇게 달리면 벌써 멀리 갔을 텐데.”
“여기서는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나무를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



올해 가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두 배 더 빨리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1km를 달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인 평균 페이스를 30초 줄이는 것도 얼마나 힘든 데 두 배를 더 빨리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해동안 나는 얼마만큼의 속도로 달려왔을까. 꼭 누군가보다 빨리 달리기 위함이 아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이 게임에서 이겨야 하니까. 나 자신을 딛고 ‘더 나은 나’로 성장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겨울이 오고 달리기를 잠시 쉬고 있으니 문득 몸에게 미안해진다.


“평범한 화살로 뭘 어쩌자고요?”

- [호크아이] 3화 중에서-



학습과 경험, 성과 혹은 실패는 화살통에 담겨 ‘호크아이의 화살’이 된다. 읽었던 책, 진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 업무 성과 혹은 꺼내 보여주기 부끄러운 실패 사례조차도 내년에 마주할 여러 상황 속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고 설령 안 보인다 하더라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 꺼내 사용할 수 있는 호크아이의 화살. 여기서 중요한 건 화살통에 담긴 화살의 개수가 아니라 내가 어떤 화살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기록해 보자. 꼭 1년 치가 아니어도 좋다. 내가 뛰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정말로 원하는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가 했던 일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면 내가 어떤 화살을 챙겼는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이번 3호에도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누군가는 만족스러웠고, 누군가는 아쉬웠던 이야기. 한 해 동안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았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의 2022년은 조금 더 성장하기를. 조금 더 행복하기를...




이 글은 개발자를 위한 격월간 매거진『리드잇zine』3호 (2022년 1월 발행)에 실린 editor's letter 글입니다. 


『리드잇zine』(리드잇진)은 종이잡지로 발행 후, 재고 소진 후 전자책으로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종이책 버전 4호(https://bit.ly/3Mf747o)가 배포되고 있으며, 1호~3호(https://bit.ly/3FzJJve)는 인터넷교보문고 ebook으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리드잇zine 5호 원고 모집 안내 (https://bit.ly/3uJHo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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