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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테테 Dec 18. 2020

인터넷서점 MD는 무슨 일을 할까?

아침에 눈 떠서 퇴근 전까지 자세히 기록해 보았습니다.


아침 1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다들 이렇게 살고 계시죠?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아침 7시. 기상시간입니다. 회사는 출판단지, 집은 일산서구. 차로 이동하면 25분(번개처럼 달리면 15분만에 갈 수 있기도 함) 걸리는 거리입니다. 가까운 거리라 조금 더 자도 될 법하지만 여유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자기 전에 맞춰둔 알람 7단 콤보로 간신히 일어나 씻으러 들어갑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오는 시간은 7시 30분. 아이 둘을 깨웁니다.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이 시간에 깨우지만 정상 일과였다면 더 일찍 일어나야 했을 겁니다. 7시 40분. 아이들은 얼마나 피곤할까요. 눈 뜨자마자 졸린 눈 비비며 식탁 앞에 앉아 보지만,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는 건 10분 정도 지나서입니다. 정작 먹을 시간이 10분~15분 밖에 안되네요. 정신없는 아침시간에는 '빨리빨리'를 연달아 허공에 외칩니다. 8시 25분이 되서 집을 나서며 1차전이 마무리 됩니다. 8시 25분은 저에겐 지각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죠. 8시 55분. 회사 주차장에 들어섭니다. 요즘 부쩍 자차로 출퇴근하시는 분들이 많아져 주차장은 늘 꽉 차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자리가 한 두자리 남아있지만 보통은 이중으로 주차를 해야 합니다. 


자, 이제 사무실입니다. 9시네요. 근무를 시작해 볼까요? 


#오전 (9시~12시)


1. 전날 판매 현황 점검 및 경쟁사 베스트셀러 확인

전날부터 오늘 출근 전까지 어떤 책들이 판매되었는지 확인하는 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보통 인터넷서점 MD들은 한 사람이 1~3개 정도의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분야 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제가 맡은 분야는 하루에 1권 이상 판매되는 책이 약 3,000종입니다. 판매된 모든 책을 살펴보기는 무리가 있지만 주요하게 판매된 책들은 꼼꼼하게 판매 추이를 함께 살펴봅니다.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도 확인하며 각 서점 별로 특히 더 많이 판매된 책은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하지요.


2. 최근 1~2주 사이의 상품 판매 추이 점검 및 특이사항 확인

전날 판매를 확인하는 것과는 별개로 상품의 판매주기를 살펴보고 판매 구간 별 적절한 마케팅 방안을 고민합니다. 보통 단기간의 판매량 분석은 2주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요, 책마다 판매 사이클이 다르겠지만 보통은 2주간의 일별 판매량을 통해 이 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의 판매 예측도 어느정도 가능하지요. 다만, 학습서나 수험서의 경우 시험 일정이 종료되면 갑자기 판매량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깊게 시험일정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3. 업계 동향, 뉴스, 업무 관련 콘텐츠 리뷰 (중요사항은 별도로 기록해둠)

책은 시대를 반영하고, 우리의 삶을 기록한다고 하죠.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상에 책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고요.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교육, 생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이슈가 발생하면 그 즉시 관련된 책들은 판매량이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아무리 유튜브와 인터넷에 읽을거리가 넘친다 해도 사람들은 '책'을 찾습니다. 인터넷서점 MD는 담당 분야의 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매우 예민하게 관찰해야 하는 동시에, 몰입해야 하고,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늘 궁금해해야 하죠. 하루 종일 내 분야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4. 주요 도서 재고 점검 및 발주 (미입하 도서 관리 포함)

MD에게 재고관리는 밥과 같은 거죠. 삼시세끼 챙겨먹는 밥처럼 재고관리는 하루 종일 백그라운드로 돌아가는 프로세스입니다. 아침에 챙기는 재고 확인과 발주 관리는 아침밥, 퇴근 전에 챙기는 재고 관리는 저녁밥이라고나 할까요? 책이 물류창고에 들어와 있어야 인터넷서점에 '당일배송'(오전 주문시)이라고 뜨거나 '다음날 수령가능'(오후 주문시)이라고 뜨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서점의 생명은 첫째도 배송, 둘째도 배송입니다. 속도의 문제이기도 하고, 재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요. 물론 '자동발주'라는 프로세스가 보완을 해주지만 책의 판매량과 적정재고에 대한 문제는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출판사에 주문한 책이 제대로 들어왔는지도 확인하고 출판사에 책의 재고현황과 출고이슈를 체크하는 일도 함께 합니다.


5. 신간도서 배본 관리

제가 맡은 분야에서 한 달에 출간되는 신간 종수는 약 650종(2개 분야를 합치면 1300종) 입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요. 책이 서점에 처음 등록되면 물류창고에 최초로 들어오기까지 '예약판매' 상태가 되는데요, 이 때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신간 배본(*책이 출간되어 처음 서점 물류창고에 들어오는 것을 말함) 수량을 결정합니다. 신간도서에 등록된 정보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검수하고, 처음에 몇 부를 받을 지 결정합니다. DB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업무는 DB 관리부서에서 담당하지만 이 때의 MD는 독자 입장에서 도서정보를 검수, 모니터링합니다.


6. 출판사 응대 업무 (이메일, 전화) 

하루에 30~50통의 이메일을 받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수험서, IT 분야의 경우 각각 900개가 넘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많죠? 출판사에서 요청한 사항은 중요도에 따라, 수신한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못다한 응대 업무는 오후 시간에 이어서 합니다.



벌써 오전시간이 끝났네요. 점심시간이 참 짧습니다.
30분만 더 있으면 좋을텐데요. 오후 시간도 힘을 내보죠!


#오후 (1사~6시)


7. 이벤트 기획

수 많은 책들을 수 많은 독자와 각각의 연결고리로 묶는 일.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책을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일. 책을 통해 독자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일. 다양한 주제의 클러스터로 묶어 최적의 추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일. MD의 이벤트 기획은 단지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사은품같은 구매혜택 제공도 의미가 있지만, 인터넷서점의 이벤트란 '의미', '발견', '연결'이 중요합니다. '적시성'도요. 그래서 MD의 이벤트 기획이란 제 때에 의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독자들에게  작은 바람을 일으켜 그것이 결국 시나브로 퍼져나가 변화의 시발점이 되거나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습니다. 서점은 일종의 미디어로서의 기능도 한다고 생각해요. 서점에서 전면에 노출하는 책들, 기획전, 그리고 콘텐츠들은 결국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을 건네는 일인 것 같아요.


8. 쇼케이스(분야 메인페이지) 관리

분야의 얼굴. 지금 어떤 책이 많이 판매가 되는 지, 어떤 키워드가 이슈가 되는지, 이 분야의 새로운 책과 주목할만한 책은 무엇인지. 늘 정돈되고,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어야 하는 중요한 관리 포인트. 방치된 쇼케이스는 독자를 떠나게 한다는 생각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미디어'로서의 기능도 고려해야 하고요.


9. 중요 도서 노출 관리 (배너 관리)

단지 분야 쇼케이스에만 노출해서는 이 책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충분히' 도달하지 못합니다. 검색결과, 상세페이지, 웰컴페이지를 비롯해서 독자들이 인터넷서점 안에서 이동하는 경로마다 배너를 노출하고 소개합니다. 이건 서점이 '공익성'과 '상업성' 두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후자에 해당하는 내용이겠네요. 주요 경로에 고객에게 의미있는 추천과 혜택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10.  이슈 신간 또는 주요 이벤트 LMS/모바일푸시 발송 관리

배너노출은 인터넷서점에 방문한 독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LMS나 모바일푸시는 아직 방문하지 않은 유효 독자분들께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건네는 일입니다. 과거의 구매이력이나 연관도서(혹은 분야)에 대한 관심을 기본으로 적절한 독자군을 설정합니다. 추천은 아주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여서 진행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추천은 오히려 독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의 문자 수신 피로도를 고려하여 진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1. 도서 및 사은품 판매제한 관리

출판사의 재고가 부족하거나 행사 사은품의 추가 입고가 어려워 판매 수량을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간단한 업무지만 간혹 한정된 재고수량보다 주문이 많이 들어와 진땀을 빼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12. 과재고 혹은 미회전 재고 반품 관리

판매예측이 정확하지 않으면 과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MD라 할지라도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이슈(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에 따라 널뛰는 판매량을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또는 시험이 종료되어 더이상 유의미한 판매가 발생하지 않는 미회전 재고도 생기고요. 물류 창고는 말 그대로 물리적 공간에 제한이 있어 적정 재고 관리가 중요합니다. 반품관리는 수시로 하는 편입니다. 


13. 기획전 페이지 업데이트 (행사목록 업데이트 및 노출 관리)

한 번 오픈한 기획전이라도 수시로 행사목록을 업데이트 해줘야 합니다. 해당 주제에 맞는 책이 계속해서 출간이 되기 때문인데요, 독자들에게 새로운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꾸준하게 업데이트를 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14. 도서 가격관리 (할인율, 적립율)

인터넷서점의 판매가는 할인율과 적립율에 따라 정해지는데요, 할인율과 적립율은 출판사로부터 공급받는 공급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유통사 가격책정은 적정 마진율을 고려하는데 인터넷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점의 이익율은 유통업계 내에서도 매우 낮은 것으로 유명하죠. 공급가 외에도 배송비나 포장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들을 고려했을 때 자칫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적정 범위내에서의 가격관리는 아주 세밀하게 해야합니다. (물론, 도서정가제로 인해 할인 최대 10%, 적립 5% 룰이 지켜지고 있지만 이 범위 안에서도 관리할 부분들이 많답니다.)


15. 고객의 소리 응대

독자를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e커머스 특성 상 서면으로 접수되는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기울여야 합니다. 독자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누수를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16. 콘텐츠 작성 및 SNS 운영 (페이스북 커뮤니티, 인스타 등)

출판마케팅에서 SNS의 활용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독자와의 접점 채널이 분산되어 편집자나 MD가 직접 독자들과 소통하고, 저자와 역자도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 독자들을 직접 만납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출판 마케팅도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페이스북에서 IT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리드잇'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서점 내에서 전달하는 방식이 정형화된 포맷으로 일방향 전달이라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서점 바깥에서 독자와 쌍방향으로 만나고, 보다 입체적으로 독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하고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독자, 저자, 역자, 편집자와 직접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SNS는 MD들에게도 이제 중요한 소통 창구가 되었습니다. 


17. 출판사 미팅

신간이 출간되면 MD는 출판사 마케터(혹은 편집자)와 신간미팅을 진행합니다. 출판사에서 자식같은 신간을 소개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MD는 최대한 집중해서 설명을 듣고, 어떤 독자들에게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 지 파악하는 시간입니다. 금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출판사 미팅을 위해 시간을 비워둡니다. 미팅은 마케터나 MD 모두에게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18. 사은품(굿즈) 기획 및 제작 관리

도서정가제 하에서 독자들에게 뭐라도 주고 싶었던 서점들은 '굿즈'를 선택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서점이 아니라 잡화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사은품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합니다. 책의 콘텐츠는 그 어떤 것과도 연결할 수 있어 사은품 제작 소스가 풍부하지요. 어느 서점이나 동일한 책, 같은 가격, 비슷한 배송 속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서점과 차별화되고 고품질의 매력적인 굿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매력적인 굿즈는 매출과 직결됩니다.

 

19. 신규 등록 도서 DB 모니터링

한 달에 수백 종의 신간이 쏟아진다고 했지요? 분야마다 매일 수십 종의 신간이 등록이 됩니다. 그 날 등록된 신간들이 뭐가 있는지, 제대로 등록은 되었는지 살핍니다. 도서명, 가격, 저자명, 역자명에 오타는 없는지, 시리즈 도서인 경우 시리즈로 잘 묶였는지, 주제어는 제대로 등록이 되었는지, 미리보기와 카드뉴스는 이상이 없는지 등 독자 관점에서 모니터링 하고, 수정사항이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빠르게 수정요청을 해야 합니다.


20. 서비스 모니터링 및 개선

MD의 일이 상품 판매와 독자 관리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이용하는 관리도구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살피고, 독자들이 이용하는 프론트 단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찾고 개선합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구체화 시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합니다. 


21. 당일 판매 현황 점검 및 경쟁사 모니터링

자, 이제 퇴근 시간이 다가오네요. 오늘은 어떤 책들이 판매되었는지, 타 서점에 새로 등록된 기획전이나 이벤트가 있는지 모니터링 합니다. 부족한 재고도 잘 채워넣어야 겠지요. 못다 처리한 이메일도 다시 한번 살펴보고요.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네요. 


5시 50분. 퇴근 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퇴근 준비를 할 시간입니다. 파주 출판단지에서 서울 주요 지역들로 출퇴근 셔틀이 운영되고 있어 모든 직원들은 시간을 잘 맞춰 퇴근해야 합니다. 셔틀이 떠나버리면... 이제 겨울이라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주 컴컴합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집으로 서둘러 가야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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