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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테테 Dec 30. 2020

독자는 어디에 있을까?

편집자는 신간을 확보하고 MD는 독자를 확보한다.

편집자는 '신간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MD는 '독자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출판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끊임없는 읽기와 쓰기의 과정 속에 저자로, 역자로 태어납니다. 편집자는 저자로부터 샘솟는 글들, 역자로부터 번역되는 글들을 확보하고, 글의 목적에 맞게 형태와 텍스트를 개발하고 제작 단계를 거쳐 물성을 지닌 책으로 '상품화'합니다.(마케터로서의 편집자) 편집자는 우리의 주변에서 어떤 글과 말이 책이 될지 관찰하며, 출간된 책이 독자에게 읽히고, 변형되어 또 다른 컨텐츠로 변형되어 글과 말이 되는 과정(베스트셀러의 재생산, 복제, 또 다른 파생주제로의 확장) 안에서 또 다시 책을 엮어냅니다. 보통 새로운 책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6개월이라고 하지만 MD인 제가 봤을때 대부분은 3개월 이내에 결정됩니다.(좀 세게 말하면 1~2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은 신간에 있고, 편집자에게는 '신간을 확보'(*<편집가가 하는 일>(열린책들) 中)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편 편집자와 마케터는 책의 기획 의도와 대상 독자를 공유하며, 마케터는 그 책이 필요한 독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마케팅 계획을 하고 다양한 채널에서 독자 혜택이나 메세지를 설계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품으로서의 책은 대개 서점을 통해 독자를 만납니다.(무형의 컨텐츠로서의 책은 작가의 말과 글을 통해, 출판사 SNS계정을 통해, 크고 작은 책 모임을 통해 독자를 만나고요) 서점은 책을 주제와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 각 분류를 각각의 MD가 담당하여 책을 큐레이팅 합니다. 서점은 확보한 독자를 대상으로 그 책의 가치를 제안하고, 판매합니다. 서점은 책을 '유통'하는 영리기업이기에 '고객의 지속적 확보'는 매출과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다시 말해 서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근간은 '독자'에게 있고, 서점(특히 MD)에게는 '독자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됩니다.


출판 생태계를 그려보았습니다. (*편집자의 역할 '확보-텍스트 개발-발행' 개념은 책 <편집가가 하는 일>의 내용에서 가져옴)


편집자는 저자와 출판사(혹은 마케터), 마케터는 편집자(혹은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서, MD는 마케터(혹은 출판사)와 독자 사이에서, 독자는 책과 서점, 출판사 사이에서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이 경계가 희미해져 각 구성원들은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인 네트워킹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가 개인 SNS나 유튜브를 통해 독자와 직접 만나거나, 서점MD가 저자, 독자, 편집자와 직접 소통하는 일 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판생태계를 지탱하는 건 독자이고 그 안에서 독자는 공기와도 같다는 것이고요, 출판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사람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사람의 가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편집가가 하는 일> | 열린책들


독자는 어디에 있을까? = 작가는 어디에 있을까?
읽기와 쓰기는 결국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책을 만나는 공간들-


각각의 공간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정리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간단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서점

책 읽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서점. 세상이 아무리 속시끄럽고 불안해도 이곳에서만큼은 평정심을 찾고 용기를 얻고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이든 온라인 서점이든, 대형서점이든 동네서점이든 우리는 책을 사고, 읽기 위해 서점에 갑니다. 단 돈 1~2만원이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고, 몇 시간의 재미를 살 수 있습니다. 아픈 마음은 책으로 위안을 받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서점에서 읽을 책을 고르는 시간, 편안한 소파에서 새로 산 책을 펼치는 시간, 서점 냄새, 책 냄새. 서점에서 책을 산다는 것은 이런 시간적, 공간적 경험을 사는 행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죠. 인터넷서점에서의 경험도 마찬가지인데요, 처음 인터넷서점을 방문하면 만나는 책 표지, 이벤트, 읽을거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오프라인 서점을 거닐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사실 오프라인 서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책을 깊게 탐색할 수 있지요)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책들 속에서 내가 지금 관심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배워보고 싶은지, 무엇에 대한 갈증이 있는지 알게 됩니다. 책들의 거리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죠.


서점은 책을 찾는 사람들로 늘 붐빕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고, 

책을 만드는 사람도 찾아오고, 책을 파는 사람도 찾아옵니다.

책을 쓰는 사람도 오고, 번역하는 사람도 찾아옵니다.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예비 저자들도 찾아오고, 유명 저자도 찾아옵니다.

이들은 책의 이해관계자인 동시에 모두가 독자이기도 합니다. 


서점은 이들을 위해,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존재하며 24시간 열려있습니다.(온라인서점)

인터넷교보문고 컴퓨터/IT 분야 페이지



2. 도서관

도서관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서점에서 새 책을 사는 기쁨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요, 도서관에 들어서면 코로 들어오는 오래된 책 냄새가 참 좋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늘 도서관 옆에 살았는데요 도서관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고, 대학에서는 도서관 근로장학생으로, 지금은 서점에서 일하면서 걸어서 10분안에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으니까요. 아침부터 밤까지 도서관은 서점과 마찬가지로 거의 하루종일 열려있지요. 필요한 책을 신청하면 없는 책도 구비해주고, 한번에 7권씩 2주씩이나 빌릴 수 있고요. (도서관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요) 요즘은 전자책도 많이 구비하고 있어 꼭 방문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편하게 빌려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기전에 잠깐씩 새로 등록된 전자책을 살펴보면서 한 권 두 권 담다보면 어느새 10권이 훌쩍 넘어버리죠. 다 읽지도 못할텐데 ‘읽고 싶은 책을 서재에 담는’ 즐거움이 꽤 큽니다. 전자책은 대여기간이 실물 책보다는 짧은데요, 몇 일 깜박하면 자동으로 반납처리가 되어 있곤 하죠. 책은 사서 읽든 빌려서 읽든 아무렴 어떨까요. 책을 안읽던 사람이 책에 점점 가까워 지는 일, 독자가 되는 일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그 자체로 즐거움입니다.

헌 책 냄새가 가득하고, 다른 사람들이 읽은 흔적을 발견하며 함께 공감하게 되는 곳.

예약신청한 책이 들어왔다는 문자에 설레고,

주말 아침 도서관에 들러 새로 들어온 책 서가를 서성거리다 우연히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발견하는 일,

새 책 냄새가 또 그렇게 좋을 수 없고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그 자체로 즐거움입니다.  ⓒunsplash



3. 쇼핑몰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터넷서점은 ‘전문도서몰’입니다. 인터넷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이렇게 3개의 서점이 전체 인터넷서점 시장을 나누고 있죠. 인터넷서점은 이익이 많이 남는 시장이 아닙니다. 흔히 '1만원에 팔아 100원 남긴다'고들 하죠. 기술적으로 진입이 어렵지는 않아도 섣불리 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인데요, 근래에는 약간의 변화의 조짐이 생기고 있습니다. 오픈마켓이나 쇼핑몰이 도서 유통에도 관심을 보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네이버, 11번가, G마켓, 옥션, 쿠팡, SSG, 카카오톡(선물하기), 티몬, 위메프 등 대부분의 쇼핑 플랫폼들은 최근들어 도서 유통에 본격 뛰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 도서는 여러 매체에 소개된 것처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날개를 달았습니다. 티몬도 도서 부문을 확대 중이고, SSG도 교보문고와 제휴하여 약 50만종의 도서DB를 확보하고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쇼핑몰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배송 시스템의 혁신으로 우리는 이제 어디서든 주문 당일 또는 하루만에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굳이 오프라인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요. 아니,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요. 온라인으로 쇼핑하면서 검색 한번이면 다른 상품과 함께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판매 채널이 다양해진다는 건 출판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참 좋은 일이죠. 다만 이들 쇼핑몰들이 책이라는 상품을 그저 '물건' 다루듯이 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서점은 아니지만 책 카테고리에 있어서만큼은 '고객이 아니라 독자로' 대해주면 좋겠습니다.

쿠팡 도서



4. SNS

최근 출판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독자들의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독자들은 '서점에만'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있었고, 온라인 서점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독자들이 서점에만 있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낮에만’ 독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밤에도’ 만날 수 있고, 24시간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아시겠죠?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는 언제나 ‘온’ 상태입니다. 출판사나 서점이 모바일 푸시(앱)나 LMS(문자) 발송 버튼만 누르면 독자들에게 즉시 도달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당신이 출간알림 신청해둔 책이 드디어 나왔어요, 어서 사러 오세요!’ ‘이번에 나온 굿즈가 대박이에요, 어서 오셔서 살펴보시죠!’ ‘지금 방문하시면 적립금을 드립니다!’ 인터넷서점 회원이시라면 이런 알람 많이 받으셨을거에요.


푸시나 문자는 서점이나 출판사로부터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메세지인데요, 여기서는 능동적인 독자, 즉 어떤 책을 읽을 지 스스로 찾고 발견하고자 하는 독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책을 대하는 태도가 능동적이라는 건 서점이나 쇼핑몰 등의 구매 채널에 자주 방문하고 책을 탐색하고 검색하는 것을 포함, ‘소통’의 관점에서 저자, 역자, 출판사, 편집자, 서점, MD, 다른 독자들과의 대화창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우리는 굳이 서점을 거치지 않아도 책 생태계의 누구와도 '직접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북에서 친구신청을 하고 DM을 보내기도 하죠. 출판사 역시 직접 독자들을 온라인 상에서 만나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독자들의 생각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는 방식, 파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수많은 팔로워(팬)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중요해졌고, 독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발견한 인사이트, 아이디어를 기획에 반영하고 마케팅에 적용하여 계속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갑니다. 독자와 출판이 서로 대화하며 단지 물건을 사고 파는 관계가 아니라 책을 통해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살아가는 ‘친구’ 혹은 ‘공동체’와 같은 형태로 변해간다고 생각해요.


책을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읽는 사람은 한 권의 책을 통해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독자는 책을 사기(읽기) 전에 SNS를 통해 저자를 이미 만나고 있고(잠재 저자, 인플루언서, 블로그, 브런치 작가 등), 좋아하는 출판사의 마케터, 편집자들과 친구가 됩니다. 서점이나 MD와도 만나고요. 저자의 인스타그램에서 ‘사람’을 만납니다. 사람에 매력을 느끼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습니다. 편집자나 출판사의 인스타그램이나 포스트, 브런치에서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책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출판사의 팬이 되어갑니다 서점 MD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는 책 파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SNS를 통해 출판 생태계 안의 우리들은 연결성이 강화되어 그 어느때보다도 가까워졌습니다.

(좌) 민음사 유튜브   (중)세미콜론 편집자 인스타그램   (우)인터넷교보문고 리드잇 페이스북



5. 포털

네이버, 카카오에도 독자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두 포털의 서비스는 성격이 다른데요, 네이버는 구매에, 카카오는 출판에 기반을 둡니다. 네이버는 가격비교를 통해 각 서점의 링크를 제공합니다. 포털로서의 네이버 점유율은 압도적이고 책을 검색할 때도 네이버는 늘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검색 뿐 아니라 네이버 책문화판을 통해 출판사, 서점의 컨텐츠들을 모아서 보여주고 책 구매를 유도합니다. 책 쇼핑을 위한 도구로 책문화판을 사용합니다. 반면 카카오는 브런치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DAUM을 통해 네이버와 동일한 책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서점으로 유입되는 점유율을 보면 트래픽은 적은 편입니다. 반면 브런치는 작가 등용문이라 불리며 출판계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브런치는 세련된 형태로 블로거들의 글을 포장해줍니다. 작가 시스템을 도입해서 신청-허가제 형태로 운영하며,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여 글쓰기를 독려합니다. 정기적으로 브런치북 시상을 하고 메이저 출판사를 통한 출판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요.


콘텐츠를 소비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로서의 독자를 바라보며 책 읽는 문화 저변을 확대하는 네이버,

출판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독자를 바라보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에 가담하고 있는 카카오.


두 포털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독자를 계속 모으고,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출판 생태계에 중요한 축으로 포털들이 계속해서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좌) 네이버 책문화판    (우)카카오 브런치





출판 생태계를 강이라고 한다면, 시작도 독자이고, 흘러가는 강물도 독자입니다. 우리는 어떤 물줄기를 타고 여행을 할 지 살펴봅니다. 작은 배로 작은 물줄기를 타고 가다보면 어느 순간 강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겠죠. 독자도, 편집자(출판사)도, MD(서점)도 우리 모두 이 강을 여행하는 여행자 아닐까요. '편집자는 신간을 확보하고, MD는 독자를 확보한다'는 건 책의 물줄기가 더 힘차게 흐르게 만드는 것이고, 이 강을 타고 여행하는 독자들에게 더 많은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서점 MD가 독자와 대화하는 도구와 방법들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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