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하는 일의 즐거움 중 하나는 일상을 더 풍요롭게 느끼는 것이다. 영감을 위한 소재를 찾다 보면 주변을 더 많이 관찰하고 더 생각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보면 정신노동이지만 좋게 보면 모든 게 다 설레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친구랑 저녁 약속이 있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에 내려 1번 출구를 올라가는 데 괜히 마음이 설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라 그곳에 펼쳐질 1번 출구의 풍경이 궁금했다. 출구를 나간다는 일, 그 별거 아닌 일에 설렜다. 그곳이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었다.
요새는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고 있다. 매일 피드를 올리는데 삼일에 한 번은 글도 짧게 써서 올리고 있다. 사실 토막글 쓰는 걸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었다. 짧은 글을 쓰면 더 진지한 글에 쓸 소중한 소재가 별거 아닌 듯 소진될 것 같았다. 책에 담아야 할 재료들을 인스타그램에 쓰는 건 아닌지, 갈비찜에 넣어야 할 당근을 자꾸 생으로 깨물어 먹는 건 아닌지, 그런 걱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하고 보니 소재를 찾는다는 이유로 세상을 향한 촉수가 더 예민해진 느낌이다. 환경과 사람에 관심도 더 가고 생각도 더 하고 궁금한 것도 더 많아졌다. 더 많은 식재료가 생기고 있다.
이게 내 글쓰기(책을 내려는 작업)에 방해가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증명할 수 없는 일이고 증명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짧은 글이라도 세상에 내놓는 게 좋다. 글을 쓰는 게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는 걱정이라니(혹시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그만 걱정하려고 한다. 다시 소설 쓰기를 시작하면 그때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래도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니 좋다. 설레는 일상이다.
아인슈타인은 하나의 목적에 온 힘으로 몰두하는 사람이 탁월해질 수 있다고 했다. 창작은 설레는 일인데 그걸로 탁월해질 수 있다니 참 힘이 되는 말이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일단 쓰려고 한다. 매일매일 뭐라도 쓰려고 한다. 글쓰기 때문에 설레고 글쓰기 때문에 발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