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철학과 교수인 김기현 교수의 '인간다움'이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인간다움을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해 자율적으로 공동체적인 규범을 구성해 공존하는 성품'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이해한 대로 표현하자면 '남에게 따뜻한 공감을 할 수 있고, 옳고 그름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할 줄 알며, 스스로의 삶을 자율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그런 성품이다. 인간이 동물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다.
이 논의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개인의 탄생'이다. 과거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이 하나의 개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작은 부품으로 존재했으나,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개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현재는 기본권과 존엄성을 가진 소우주로서 개인이 인정을 받는다. 인간다움은 그 개인에 대한 가치다.
진화론에 대한 책을 몇 번 읽어서 인간은 원래 동물이고 감각적 쾌락과 고통에 기본 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게 인간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인간이 동물과 어떻게 다른지(다를 수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한쪽으로 편향된 생각을 반대편으로 끌어준 것이다. 또한 인간다움을 구성하는 '공감'과 '이성'과 '자율'의 가치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됐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기성세대와 MZ 세대가 갈등한다. 회사라는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했던 아버지 삼촌 세대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MZ 세대 간의 갈등이다. 책을 보면 이런 가치의 대립은 이미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있었던 일들인 데 왜 지금 우리 세대에도 이런 대립이 있는지 궁금했다. 단순히 '서양이 개인의 자율을 중시하는 문화가 더 발달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가치'라는 게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기에 현실에서는 사실 여러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책의 주제나 구성이 철학 교과서에나 나올 것 같은 (지루한) 내용인 줄 알았지만 책을 보면서 당장의 눈앞에 현실(회사)에 대해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분명 더 어려운 논의일 텐데 깔끔하고 쉬운 말로 서술한 저자의 문장에서 독자를 위한 배려를 느꼈다. 그럼에도 한번 읽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 읽었고, 두 번 읽어서야 그나마 큰 줄기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책이냐고 쉬운 책이냐고 묻는 다면 내 수준에선 조금 어려웠지만 도전해 볼 만했다는 말이다. 흥미진진한 소설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교양서도 뇌의 발달을 위해 좋은 것 같다.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