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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May 05. 2024

#11 <눈물의 여왕>

날고 기는 과대들의 팀플 결과물이 궁금하다면 이 드라마를 보십시오


 #11 <눈물의 여왕>

  날고 기는 과대들의 팀플 결과물이 궁금하다면 이 드라마를 보십시오



미쳐버리겠다. 이렇게 우릴 마음놓고 과몰입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대체 얼마만이란 말인가.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마치 내로라하는 과대들이 팀플로 모여 발표한 결과물을 연상시키는 드라마다. 여기도 잘하고 저기도 잘하고 이쪽도 저쪽도 난리가 났다.


박지은 작가님의 필모는 다음과 같다. <칼잡이 오수정>,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푸른 바다의 전설>, <사랑의 불시착>. 후 이게 말이 되는가. 어느 작품 하나 빠짐없이 대단한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의 행진이다. 작가님 작품은 클리셰를 비틀고 극중 모든 인물들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정말 멋지다.. 코믹한 대사부터 마음을 흔드는 감동적인 대사까지, 미친 필력의 소유자이신 스타 작가님을 필두로 온갖 스타들이 다 모였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상애천사천년>(이걸 연출하셨다니! 봤던 중국 드라만데 몰랐다.), <미스터 선샤인>, <사랑의 불시착>, <스위트홈> 등을 연출한 장영우 감독님이 김희원 감독님과 함께 연출을 맡으셨다. 그리고 최강의 배우들인 김수현 배우와 김지원 배우가 주연으로 분한다.




김수현X김지원 배우의 조합이라니. 그림체가 비슷한 얼굴합에서 예견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케미가 좋을 줄은 몰랐다. 시청자들은 조윤희X이희준, 김수현X전지현, 손예진X현빈 이후로 다시 한 번 박지은 작가님 작품에서 탄생한 최고의 케미에 열광하며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도 참 오랜만에 배우들의 눈빛, 손짓, 톤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나노 단위로 드라마를 복습하며,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며 마음 졸이게 되었다. 재밌는 이야기에, 집중시키는 연출력, 배우들의 역대급 케미스트리와 연기력에 희열감이 느껴지는 건, 과대들의 A++++ 결과물을 보고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르는 감정과 비슷한 결의 이유에서다.




작가님이 클리셰를 비트는 지점에 있어서는 위트있는 대사들도 한몫하지만, 애초에 드라마를 시작하는 설정부터도 여실히 드러난다. <눈물의 여왕>은 불치병에 걸린 재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재벌의 배우자는 신데렐라처럼 신분 상승의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만 들으면 너무나 뻔해보이는 설정이지만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신분 상승한 그 신데렐라가 백현우라는 남자고,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시골에서 살고 계시는 부모님은 그 지역의 유지고, 현우가 살고있는 서울 집은 월세가 아니라 전세이며, 매달 적금도 넣는 것을 보니 신데렐라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감이 있지 않나. 더군다나, 불치병에 걸렸다는 그 재벌은 클라우드 세포종이라는 다소 특이한 불치병에 걸렸다. 클라우드 세포종은 안개처럼 종양세포가 퍼져있는 병으로, 이 병에 걸린 극중 인물, 해인은 가끔가다 기억 없이 시간이 흘러있고, 시야에 넓은 안개가 끼거나 추운 기운이 퍼지거나 하는 식으로 병을 앓는다. 이렇게 묘사된 질병은 드라마 상에서 자주 나오는 불치병 종류와 달라 오히려 색다르게 다가온다. (여담이지만 이쪽 분야에서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넘사벽이긴 하다.) 질병과 관련해 이 드라마의 결말부분이 판타지적으로 풀리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작가님이 어떻게 풀어가실지 기대가 정말 크다..




이 뿐만이 아니라, 로맨스를 풀어내는 전개도 남다른 방식이다. 두 사람은 혐관, 보통 콘텐츠러버들에 의해 명명되는 용어인 혐관, 즉 혐오 관계에서 시작된다. 현우는 해인과의 이혼을 강렬히 원해 변호사 동기를 만나기도 하고, 해인의 불치병 소식을 들었을 때 속으로 얻어걸렸다 하며 슬며시 이혼서류를 숨기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드라마를 볼 수록 이 두 사람이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음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된다. 서로에게 가시돋친 말을 내뱉지만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곳, 혹은 혼자 있을 때 내보이는 표정을 보면 그들이 서로에게 누구보다도 깊은 사랑을 품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두 사람만 모르지 그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콘텐츠 소비자들이 이 혐관-후회 서사, 즉 혐관에서 시작되어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그동안 서로에게 준 상처에 후회하는 서사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아는가! 현우가 해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이제야 눈치채고 결국 사랑을 온몸으로 외치게 되어버린 현 시점에서 우리 시청자들도 지금 모두 그러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이 드라마는 온갖 설정을 클리셰로부터 살짝 비틀며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주고, 서로를 너무나 깊게 사랑하는 커플의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열광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랑받는 드라마에서는 종종, 신나게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좋은 대본에 신난 배우들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캐릭터성이 살아 숨쉬는 대사들을 애드립으로 던지는 배우들의 희열감이 영상을 뚫고 나온다. 가령, 현우네 고향집에서 현우와 해인의 가족들이 처음으로 다같이 같은 밥상 앞에 앉은 날, “나한텐 안 그래..”라는 현우의 대사가 그랬다. (현우의 캐릭터성이 웃기고 귀엽게 드러나, 이 부분의 장면이 SNS 상에 떠돌아다녔다. 이 대사는 김수현 배우의 애드립으로 밝혀졌다.) 기존 대본의 코믹한 씬을 이어가는 도중 애드립으로 나온 부분이다. 상황상 얼토당토않는 수철의 ‘알프스 생수’ 대사를, 범준의 ‘알프스 산 아니어도 되고요.. 독일이나 호주 산도 괜찮습니다. Fiji 산도 좋습니다’ 대사가 받고, 이를 해인의 ‘주전자 물 그냥 쳐 마시라고!’로 쓰리콤보. 여기에 ‘주세요’ 하고 겸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수철의 반응까지로도 완벽했는데, 현우의 애드립이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다. 이런 장면을 시청자들이 보면 미쳐버리는 것이다. 너무 재밌고 묘한 희열감까지 느끼니까 말이다.


<눈물의 여왕>은 4회 만에 10%를 돌파해 10회 만에 19%까지 찍으며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에 안착했다. 이는 역대 1위 시청률인 <사랑의 불시착> 시청률 상승보다도 빠른 속도라고 한다. (한 작가님의 두 작품이 과거와 현재에서 경쟁하고 있으니 너무 대단하다..) OTT로 드라마를 보는 요즘 미디어 소비 환경에서 시청률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리다니 이게 다시 가능해질지 몰랐는데 그걸 해내는 드라마다. 요즘 이 드라마 때문에 에너지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자신 할 수 있다. 열광하는 것에서 오는 힘은 무조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무수히 많은 드라마들을 열렬히 기다리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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