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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Jul 16. 2023

밤 끝에서의 전환

테드 창 <숨>을 읽고


근래 잠을 들기 전만 되면 몰아치던 하루가 공중으로 휘발되고, 오롯이 남은 내 신체와 정신이 침묵에 잠긴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잡생각 리스트를 하나씩 체크, 체크, 목록을 없앤 다음 남은 마지막 업무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가 된다. 나는 분명히 어제도, 그제도 체크하고 내보낸 과업인 것 같은데 또 나타났다. 징그럽게도, 바쁘게 살았던 오늘 하루와 또 바쁘게 살아갈 내일 하루 사이에 공허하게 '내가 죽는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로 시작하는, 그 어떤 부호도 붙일 수 없는 문장이 떠오른다. 그와 동시에 몸도 부웅 떠오르는 것만 같다. 이것이 다 무가 된다면. 어차피 해답도 없고, 파고들고 싶지 않아 또 강제 종료를 시도한다. 이불을 덮고, 그 생각도 덮고.


가끔은 헬스장에서 스텝밀을 하면서 지독히 흐르지 않는 시간을 느껴본 적 있다. 밤 속에 떠오르는 죽음을 한 계단 한 계단 밟는 것 같아서.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고, 그 어떤 음악도 듣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여보았다. 그래도, 결국 밤의 시간에서 큰 무기가 되지 못했다.


테드 창의 소설을 보면서 그 생각 너머의 많은 우주가 있음을, 진실이 있음을, 상상이 있음을 알게 됐다. 내 우주에서는 당연히 가장 큰 비전이자 목표이자 이유가 되는 것들이더라도 또 얼마나 한없이 작아지고 무가치해질 수 있는지 알게 했다. 반려 AI가 일상에 스며드는 것, 진리가 붕괴되는 것, 평행우주 너머의 나와 만나 중독되는 것, 미래와 과거를 다녀와보는 것까지. 그래 차라리 자꾸 물음에서 그치고 도망치기보다는 창의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승화시키자, 이것을 어떤 에너지로든. 회피하지 말고 맞닥뜨리자. 상상하고 글로 쓰자. 그 상상을 위해 알아보고, 글로 만들어내기 위해 탐구해 보자. 또 어찌 아는가, 소소하더라도 기발한 어떤 상상의 소설이 태어날지.


#트레바리 #독후감 #테드창 #숨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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