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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Apr 25. 2024

우리가 가던 태닝샵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사월이 끝나간다

잘 지내세요

달리 이 말밖에 건넬 수밖에 없는 나를 보고 그는 멋쩍게 웃었다.

네, 남은 횟수랑 로션은 ㅇㅇ점으로 옮기겠습니다.


삼 년 간 다닌 태닝샵이 문을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처음엔 바디프로필 준비로 혼자, 그다음 해는 전애인을 데려다가 멋있어지려면 태닝해야 한다고 우기고 생일 선물로 긁어주었다. 그리고 태닝 맛을 본 그는 재결제할 때 내 것까지 해주면서 우리는,

태닝 데이트를 했다.


동시에 두 명을 늘 예약하고

각자 룸에 들어갔지만 옆 칸에서 로션 바르는 찹찹 소리에 웃기도 했다, 우리는


회사 복지 포인트가 나오면 태닝이나 운동을 결제하던 나는 작년에도 당연히 전애인 것까지 함께 등록했다, 우리는

그다음 달에 헤어졌다.


김ㅇㅇ의 남은 횟수도 로션도 이제 정미수로 해주세요


환불하기도 멋쩍어 방법을 묻다가 그냥 내가 가져갔다, 나는

어차피 계속 멋있어야 하니까


그 대화에서 아마 사장님이 눈치채주길 바랐다.

둘이 가다가 나는 더 이상 가지 않는 헤어 디자이너도 마지막 방문에는 그의 안부를 나에게 묻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이 분 거리에 있은 그 미용실을 다시 가지 않는다


작년 늦가을에 본 사주집에서 올해 4월에 그에게서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나만

자꾸 달력을 본다


아직도 바꾸지 않은 우리의 흔적이 남은 비밀번호. 남의 집도 아닌데 꾸물거리는 내 손가락이

조금 안쓰럽다


04.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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