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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ma Yong Oct 09. 2018

가슴이 두근거리는 독서

<에세이>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가장 훌륭한 조언이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합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끼고 살아야 하는 직업을 탓해봅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좋아하는 책을 집는 게 언제부터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요. 



어릴 때는 많은 책을 읽으며 자랐습니다. 맞벌이 가정이었기에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할머니와 다른 친척이 모두 바빠 저를 돌보지 못하는 날이면 부모님 회사 아래층 서점에서 퇴근을 기다리며 늦은 밤까지 지냈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컸던 2층 규모의 서점에는 온갖 종류의 책이 빽빽이 꽂혀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친했던 서점 아저씨께서 간식도 주시며 모든 책을 자유롭게 읽게 해주셨습니다. 이때는 하루에 책 한 권을 끝낼 만큼 책에 미쳐서 살았던 때였습니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만화책도 보고 추리 소설도 읽고, 어린아이에겐 난해한 1984나 캉디드, 시간의 역사를 다룬 서적까지 손을 댄 것이 기억납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들을 내용도 이해 못하면서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너무 어려운 책들이라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라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 저는 초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애늙은이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그만큼 손에 잡히는 데로 읽고 즐기던 시간이었습니다. 



거실 책장에 깨끗한 상태로 모셔져 있는 책들을 봅니다. 분명 많은 고민을 하고 산 책들인데 왜 이리 손이 안 갈까 생각하다가 제목에 동일한 패턴이 있는 것을 알아챕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해야 성공하나, - 하는 법. 인생조언서와 비법서, 참고자료, 마케팅과 미디어 전공서적만 가득한 책장은 누가 봐도 재미없어 보입니다. 대학에서 읽은 모든 책은 사전을 끼고 밑줄 치며 공부해야만 하는 책 밖에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런 독서 습관이 바뀌지 않았나 봅니다. 대형서점이 추천한 책, 해외 유명 교수가 쓴 책, 직업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 시류에 뒤쳐질까 봐 읽는 책, 공부할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마지막 장까지 본 책이 거의 없습니다. 



해리포터를 읽으며 밤을 새우던 어린 시절이 그립습니다. 책 한 권이 나오는 날이 크리스마스보다 좋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보며 인간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에 참여하고 셜록 홈즈를 따라가며 범인을 쫓던 어린 날의 독서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는 독자만 가슴을 뛰게 만드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가슴을 다시 두근거리게 할 책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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