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친구를 만난다는 건
새로이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학교에선 몇백 명의 또래들이 한 곳에 있으니 마음이 맞는 아이들을 모아 끼리끼리 어울리기 쉬웠습니다. 성인이 되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마냥 친구로만 지내기에는 어렵습니다. 첫 만남에서 관심사를 묻기보다 명함을 먼저 주고받게 됩니다. 마음이 맞는 벗을 찾기보다 일하는 업종이 비슷한지, 같이 아는 사업가나 동료가 있는지, 사회에서 얼마나 잘 나가는 사람인지에 따라 내 일에 이로울 사람을 구분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최근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예술을 하는 친구입니다. 설치 미술과 미디어 아트를 합니다. 카메라가 필요한 직군이니 자연스럽게 촬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오랫동안 재밌는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비슷한 작업을 하지만 저는 상업 영상을 지향합니다. 폭탄이 빵빵 터지는 현란한 블록버스터 영화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술가를 동경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하며 세상 구석구석에 관심을 갖고 빛을 밝히는 사람들. 예술을 한다 자칭하는 사람은 많지만 시대가 필요한 가치관과 철학을 끝없이 고민하는 예술가는 드뭅니다. 그래서 새 친구가 더 마음에 듭니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작품 이야기를 합니다. 예술과 상업 작품의 차이와 가치에 대해 토론을 하고 인상 깊었던 작업을 공유합니다.
친구가 말합니다. "늘 새롭고 어렵고 폭풍 같아"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한 말입니다. 주제를 탐구하고 나의 의도에 어울리는 매체를 찾고, 또다시 배우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내 삶이 지닌 솔직함과 진심이 다른 사람 앞에서 발가 벗겨져 헤쳐지는 과정. 마음은 항상 긴장으로 요동칠 것입니다.
이 표현이 저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새로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은 늘 새롭고 어렵고 폭풍 같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겨우 자그마한 인연의 실을 잇습니다. 실타래가 얽히며 더욱 견고해질지 금방 끊어질 한가닥이 될지는 서로의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서 기쁜 밤이었습니다. 오래도록 볼 수 있는 좋은 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