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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Jun 07. 2019

내 글에 달리는 악플 유형 분석  

한번 쯤은 해보고 싶었다 이런 것  


요즘 나의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가 메인에 자주 노출되는 것 같다.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댓글 공방도 많다. 본문과는 상관 없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그분' 들이 몰려 오셔서 반말 찍찍하면서 악플도 열심히 다신다. 


처음에는 내 글이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노출되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반대 의견이라도 달리면 하루종일 그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하곤 했는데 이제는 (열심히 댓글 달아주는 분들에게는 조금 미안할지 몰라도) 아무렇지도 않다. 완전히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지만 전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리고.... 하는 증상은 없다. 반대 댓글이나 비난, 비방이 달려도 생각보다 무섭지도 않고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왜냐, 너무나 많이 본, 흔하디 흔한 패턴에서 반복되기 때문에. 이제 전혀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그동안 주부의 일, 가사노동, 육아 분담 등에 관한 글을 쓰면서 수천개의 댓글을 읽어보았다. 예상 악플, 다 짐작 된다. 어쩜 이리도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패턴의 댓글을 다는지.....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뇌피셜'로 댓글 달아봤자 밑천만 탄로 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내친 김에 내 글에 수고롭게 남겨주는 '악플' 유형을 분석해보았다. 비단 브런치 뿐 아니라 오마이뉴스 댓글에도 많이 달리는 패턴이다. 



1) 나는 다르다, 자기 어필형 - 나는 집에서 무려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민다고! 남자들을 싸잡아서 보지마! - 네, 다른 남자들에게도 부디 전파시켜주세요 그리고..설마.. 그게 집안일의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2) 자뻑형 - 너 같은 여자랑 살고 싶지 않아 - 이렇게 깐깐하고 예민한 여자랑은 못 산다면서 이 세상 여자들을 자기의 잠재적 배우자로 봄 / 나 같으면 이혼한다? 는 말과 더불어서 이 세상 여자들이 다 자기와 살 수 있을 것 처럼 착각함. 설..마 당신이 결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3) 사이비 진화 심리학 추종형 - 남자와 여자는 본성과 욕망이 달라서...어찌고...하면서 남자들을 유인원에서 한발짝도 진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지능형 안티 유형. (자기가 '안티페미니즘을 까는 안티'인지도 모른다)  


4) 잠재적 가부장형 -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월 250만원 이상도 못 벌을 것이면서 자신을 '가부장'과 동일시 하며 주부가 노는 것만 봐도 부르르 치를 떠는 형.


5) 군대와 육아 비교형 - 군대가서 억울하신 건 잘 알겠는데요, 그러면 촛불 시위를 조직하시거나 군대문화개선운동을 해주세요. 적극 지지하겠습니다. (남편 왈, 그건 안 간 애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다녀온 남자들은 군대문화 / 제도 개선에 전혀 관심 없다고)


6) 눈에 흙이 들어와도 손에 물 못 묻혀형 - 돈 벌어오는 사람은 집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자'가 되므로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말하거나 설사 맞벌이라도 하더라도 남자가 보통 임금이 높으므로 수입비율에 따라 가사분담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형. 이분들은 여자가 더 많이 번다는 건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경우가 있다면 자신은 전업주부가 기꺼이 되겠다고 함.


보통 여자들은 자기의 처지나 경험을 빗대어 공감하거나 반대를 하는데 대부분의 남자(로 추측되는 댓글)들은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결코 발설하지 않고 판단이나 평가를 한다는게 큰 차이다. 


물론 정중하게 반대 의견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 분들에게는 비록 의견이 다를지라도 고맙다. 이건 어디까지나 반발, 인신 공격, 여성 비하, 경험해보지 못한 사실에 대한 지독한 편견이 담긴 '악플'에 한해서다.  


글로 토론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줬으면 한다. 다른 글에 단 댓글을 덧붙인다.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무례한 댓글을 지우겠습니다. 


상대방이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이해해보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어조로 썼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공간은 저의 브런치이고 저는 공적인 언론 매체에 글을 올린 것이 아닙니다. 설마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다른 여타 언론 매체와 동일시 할만큼 대단하게 보고 계시진 않으시겠지요? 여기는 어디까지나 사적인 저의 공간이고 브런치에서 저에게 어떠한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고 저의 콘텐츠를 어딘가에 일방적으로 노출한 것이지, 여기에 달리는 모든 댓글에 제가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토론을 하시겠다면 님은 지금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어떠한 조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부터 밝히고 시작하십시요. 저는 제 공간에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미 낱낱이 밝히고 있습니다.그게 토론의 시작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것부터가요.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밝히지 않고 상대방의 위치를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보시는건가요? 그런 권력이 설마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에 저는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왜냐면 당사자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님은 혹시 아이를 키우시나요? 아이는 몇살인가요? 본인의 성별은요? 주부로 생활해보셨나요? 하루에 가사노동은 얼마나 하시나요? 집에서 밥은 주로 누가 하나요? 일은 얼마나 하시나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얼마나 보내시나요? 


토론하고 싶으시다면 여기에 답하십시오. 아니면 저는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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