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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Nov 16. 2022

특수학교에서 수능을 치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은 오직 이 날을 위해 지난 일 년을 숨 가쁘게 달려오셨겠지요.

시험을 앞둔 불안감은 장애와 비장애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 날을 기다려 온 건 장애를 가진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니까요.


특수학교에서도 수능을 치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일전에 특수교육의 개별화교육계획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는데요.

장애 학생별 장애 유형, 정도,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된 교육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었지요.

개별화교육계획이 학생별 교육적 요구에 따른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한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편의제공 또한 동일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겁니다.


네, 특수학교 수능 시험장은 장애인 수험생의 편의제공 시험장이 되겠습니다.


올해 저희 학교에서는 30명의 수험생을 위해 총 12개의 고사장을 꾸렸습니다.

여기에 감독관 포함 80여 명의 교직원이 동원되었어요.

수험생에 비해 고사장 수가 많지요?

일반 시험장이라면 한 교실에 들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인원인데요.

바로 수험생 개개인의 편의사항이 모두 달라서입니다.

학생의 장애 유형과 편의제공 방법에 따라 고사장 환경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죠.


청각장애와 시각장애, 운동장애 수험생이 요구하는 편의제공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같은 장애 유형 간에도 편차가 있어요.

시각장애의 경우 잔존 시력 정도에 따라 확대 시험지를 제공하거나, 확대독서기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속독이 어렵기 때문에 시험시간도 1.5배, 1.7배로 제공됩니다.

청각장애는 듣기 평가를 제한 시간 내 필답 시험지로 대체하기도 하고요,

운동장애 수험생은 마비나 손떨림으로 인해 OMR카드 작성이 어려워 이기()를 제공하기도 해요.

이기요원을 지정하여 답안지를 대리 마킹해주는 거지요.

역시 장애 정도에 따라 시험시간도 1.5배로 조정하여 제공하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위 시험 시작과 종료 시간이 달라 별도의 타종도 없습니다.

미리 설정해 놓은 감독관의 손목시계로만 시험이 운영됩니다.

 

확대독서기 예시(*출처: 네이버 포토뉴스)





여러모로 특수상황이다 보니 특수학교 시험장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들이 있어요.


특수학교 시험장은 수능 당일 거점학교에서 시험지를 가장 처음을 받는 시험장인 동시에,

가장 마지막에 회신하는 시험장입니다.

실제로 1.7배 시험장이 꾸려지면, 5교시 제2 외국어 종료시각은 저녁 10시 가까이 돼요.

결국 특수학교 시험장의 시험이 종료돼야 그해 수능이 끝이 나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엔 별도의 학부모 대기실이 꾸려지기도 합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자녀의 화장실 이용과 식사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요.

이른 아침, 혹여나 추울까, 허기질까 갖가지 짐을 이고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수험생 자녀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절실함에 절로 숙연해집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학생과 부모님의 의지가 느껴져서요.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해 오랜 시간 한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몸에 무리가 될 수도 있어요.

때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손가락 근육 일부가 전부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기어이 시험에 응시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저로선 쉬이 가늠하기 힘든 강인함인 것 같습니다.

비록 제가 가르친 학생이 아니지만, 그 강인함에 진심으로 응원을 하게 돼요.

여기까지 달려온 학생의 노력이, 이른 아침 부모님의 땀방울이,

결코 헛되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됩니다.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믿으며, 여태껏 흘린 땀방울의 위력을 시험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이 하루만을 바라보며 숨 가쁘게 뛰어왔을 이 땅의 모든 수험생과 부모님 모두에게 후회 없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비록 장소는 다르지만,

같은 시간, 같은 간절함으로 저도 마음을 보태겠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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