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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Jun 17. 2024

어느새

인생 사는 거 뭐 있냐

'인생 사는 거 뭐 있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날이 있다. 마치 인생 다 산 노인네처럼 말하냐는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 사실 그 한 마디를 내뱉기까지 많은 자기비판과 어찌할 수 없는 세상과의 타협, 그리고 일종의 체념이 한 데 뒤섞여 제대로 한숨 쉬기 위해 내뱉는 말일테다.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던가. 아니 그 반대이던가. 모르겠다. 뒤섞여 있겠지.


이럴 때 함께 드는 생각이 있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 남짓이라는 것. 어떤 이는 막 그 수명을 시작했고, 어떤 이는 절반을 눈앞에 두었을 수도, 어떤 이는 반환점을 돌고. 어떤 이는 남은 날을 헤아릴 이도 있겠지. 그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의미 있고, 알차고, 행복할 것인가.


돈 벌고 사업을 확장하고 권위를 얻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다 중요하지.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지. 삶의 질이라는 것. 가족, 연인,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나에게 솔직하게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감정에 솔직하게 나를 대했는가. 내가 믿는 가치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했는가. 뭐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지. 어느새.


힘들면 '아, 힘들어', 기쁘면 '와 좋다', 웃기면 박장대소하며 웃으면 되는데. 나를 지탱하고 있는 내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사고하면 되는데. 왜 남의 눈치를 보는 데에 익숙해졌는가. 어느새. 과연 나는 내가 보기에 멋진 나로 나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오늘 하루 생각하고 기억 저편 어딘가에 소복이 쌓일 오늘의 생각. 녹지 않고 고이 쌓여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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