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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진 Apr 07. 2022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3일차 기록

아침에 눈을 뜨니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다. 여전히 코는 꽉 막혀 있고, 피로감도 그대로지만 기침은 좀 덜한 편이다. 이렇게 하나씩 좋아지는 것으로 완쾌를 향해 매일의 여정에 임하고 있다. 격리를 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했지만, 그 고민이 무색하리만큼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오늘 같은 경우 처방받은 약을 받으러 동네 약국에 다녀왔고(규칙이 바뀌어서 환자가 직접 약을 받을 수 있다. 감사하게도 가벼운 산책도 하게 된 셈이다), 점심을 차려 먹고 약을 챙겨 먹으니 잠이 쏟아서 몇 시간을 내리 잤다. 일어나 보니 벌써 세시다. 보리차 두 병을 끓이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메일에 답장하고 인스타그램을 후루룩 훑어보니... 얼추 하루가 다 갔다.



많은 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배려해 주는 게 느껴진다. 바이러스 덕분에(?)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랑받는다는 감각은 참 좋은 거다. 가장 연약할 때, 언제든 위로받을 곳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살게 한다. 투병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증상이 미약하긴 한데, 어쨌든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건, 나로 인해 우리 엄마도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이다. 감기 몸살로 드러누웠다는 소식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엄마는 지극 정성으로 나를 간호했다. 알아서 챙겨 먹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집 앞에 따뜻한 밥과 국을 두고 가더니 결국 엄마도 확진. 그런데 엄마에게는 따뜻한 밥과 국을 갖다주는 엄마가 없다. 그게 가장 엄마한테 미안한 일이다. 게다가 금요일은 엄마 생일인데, 생일을 맞아 영종도에 드라이브 가기로 계획도 짰는데, 모든 게 불가능하다. 같이 모여서 축하도 할 수 없으니 이게 가장 미안하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와중에 신기한 건 아빠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아빠 회사에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가족 중 두 명이 양성인데도, 아빠는 음성이다. 슈퍼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좋아했는데 모쪼록 끝까지 아무 일 없이 건강하시면 좋겠다.



목요일이다. 격리를 하면 날짜에 대한 감각이 흐릿해진다. 오늘 무슨 요일이더라. 스스로에게 계속 묻는다. 혼자 작업실에서 24시간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딱히 싫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침에는 성경 한 장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번갈아가며 계속 읽는다. 격리를 하면서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격리가 끝나도 이 생활 습관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몸에 남아있는 이 피로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의욕 없음, 피로감, 우울감 등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피로감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아까 잠깐 밖에 나갔다 와서도 얼마나 힘든지. 마스크 안에서 호흡하는 것조차 너무 벅차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피곤하면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할 것 같은데, 완쾌했을 때는 이 피로감부터 완전히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따뜻한 커피 향기를 맡을 수 없어서 더 피곤한지도 모른다. 얼른 나아서 커피 향을 실컷 맡으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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