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ink aloud Sep 12. 2023

복직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

상대의 상황이 되어보고 나서야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들 

복직 첫날 회사에 가서 한일은 컴퓨터 세팅과 몇번의 티타임을 한 것이 다인데 오후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에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의례적으로 두통을 동반하는 고질적인 질병이 있는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나도 모르게 긴장했고 그 긴장감이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주어진 업무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 몸뚱어리가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워킹맘과 워킹대디에게는 퇴근은 곧 육아 출근과 동의어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하철 역을 빠져나오니 마중 나온 첫째가 엄마를 부르며 뛰어온다. 아이의 웃는 얼굴에 피곤한 것이 싹 가셨다고 말하고 싶지만, 얼굴만 웃을 뿐 몸은 그대로 녹초상태다.

집에 도착해 아이를 씻기고 나도 씻고, 거실 매트 위에 누웠다.남편이 차린 저녁을 아이 둘과 정신 없이 먹은 후에도 거실 매트에 누워 ‘누워서 놀아주기’를 시전한다. 그때 문득 지난날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서야 그가 이해 된다. 남편이 왜 퇴근하고 와서 누워서 놀아줬는지. 아이를 재우고 9시가 넘어 거실로 나왔다. 해야 할 집안일이 쌓여있는데 누워만 있고 싶어 거실에 누웠다.또 생각이 난다. 남편이 늘 아이를 재우고 나와서 거실에 한동안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얼른 집안일 마치고 누우라고 잔소리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편의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과 일치된다. 그땐 몰랐다. 하루 종일 내 시간 없이 육아를 해서 내가 제일 힘든 줄만 알았지, 매일 8시간 동안 일을 하고 만원 출퇴근 지하철을 타고 오고 갔던 남편도 힘들었음을 몰랐다. 남편이 힘들었을 때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가끔 피우는 게으름도 모른척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남편과 거실 매트위에 나란히 누워, 복직 첫날 느꼈던 감정과 그동안 당신을 이해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정신없는 하루 하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놓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제 시작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둘째의 첫 생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