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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 aloud Oct 18. 2023

아이의 꿈

엄마가 하는 일을 나도 하고 싶어요. 

나는 로봇 엔지니어다. 조금 더 세분화하자면 다양한 로봇을 기획하고 로봇이 사람과 인터랙션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UX 엔지니어이다.


나의 남편은 데이터 분석가이다. 빅데이터를 가공하여 쓸모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는 엔지니어이다. 


뼛속까지 공대생인 두 사람이 만나 두 아들을 낳았다. 둘째는 아직 말을 못 해서 어떤 성향인지 자세히 알 수 없고, 첫째는 벌써부터 이과적 성향이 강해 보인다. 

때로는 부모의 전공분야에 따라 아이의 문/이과적 성향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워본다. 

모든 것은 문/이과로 이분법 하게 나눌 수 없겠지만. 


첫째는 아직 5살이지만 굉장히 논리적이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그것을 우리에게 늘 설명해 준다. 

우리와 무엇을 두고 딜을 할 때도 타당한 근거를 들어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성격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창작책 보다도 지식책이나 자연관찰 책을 좀 더 선호한다. 

놀이를 할 때도 원래 정해져 있는 방식보다도 본인이 고안해 낸 새로운 방식으로 노는 것을 즐겨한다. 


그런 첫째가 저녁 식사시간에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도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될 수 있을까요?'

'응, 그럼. 당연히 될 수 있지.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어?'

'저는 아이스크림을 푸는 로봇이요!' '사람을 도와주는 로봇이요!' 

'엄마, 근데 나중에 나도 엄마 회사에서 엄마랑 같이 일하고 싶어요! '

'우와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정말이요? 같이 일하면 어떨 것 같아요?'

'응, 이서가 엄마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게 된다면 엄마는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아. 엄마는 이서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거야!'


아이와 나눈 짧은 대화가 나의 마음을 울린다. 아이에게 엄마의 직업은 어떤 의미였을까. 

엄마의 직업을 이해해 주고, 더 나아가 같은 직업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아이와 같은 직장을 다니게 되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잠시나마 같은 직장에서 함께 로봇을 개발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아이의 꿈은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그 꿈이 무엇이든, 엄마가 일하는 모습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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