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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 aloud Jan 19. 2024

아픈 엄마로 일주일을 살다 보니

최선을 다할 수 없어 미안하다

브런치에 한참 글을 쓰지 못했다. 

아이들과 복닥이는 연말과 연초를 보내고 바로 4박 5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첫 해외여행이라 준비할 것도 많았고, 여행 내내 긴장했고,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날 아주 심한 감기를 얻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지 8일째인 오늘, 난 아직도 아프다. 

목요일에 여행에서 돌아와 여전히 방학인 첫째와 금요일을 보냈는데, 정신력으로 버텼는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긴장이 풀려버린 것인지 주말부터 심하게 앓았고, 8일째 기침, 콧물, 눈곱,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태어나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아파보긴 처음이다. 


힘든 몸을 이끌고 일주일간 회사를 나왔다. 무슨 정신으로 앉아 있는지 모르겠는 때가 더 많았지만, 지난주에 이미 일주일 휴가를 썼기에 더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서는 아이들을 돌봤고, 아이들이 잠든 후엔 짧게 집안일을 끝낸 후 10시만 되면 쓰러져 잤다.

 

몸의 상태는 매일매일 아주 느리게, 조금씩 좋아지는 중이다. 매일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 계속 아팠고, 드라마틱한 회복이 보이지 않아 나의 이런 저질체력이 원망스러웠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몸이 어딘가 심하게 아픈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짐에 감사해야겠다. 

오늘은 적어볼 있을 정도로 머리가 굴러가서 잠시 브런치를 열었다.


아픈 엄마로 일주일을 살다 보니, 가족에게 제일 미안했다.

남편도 회사 일로 바쁘고 힘들 텐데, 지쳐 쓰러져 자느라 육퇴 후 도란도란 근황을 물어볼 수 없어 미안했다. 아이들이 매일 이런저런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고 코가 막혀 재미있게 읽어줄 수 없어 미안했다. 

아이들이 스킨십을 원했는데, 행여나 내 감기가 옮아 원에 못 가게 될 것이 두려워 막아냈던 것이 미안했다. 

에너지 넘치는 엄마로 아이들과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놀아주고 싶은데, 그럴 힘이 없어 기본적인 반응만 해준 것 같아 미안했다. 


나처럼 감기가 아니라, 심한 질병을 갖은 엄마들도 많을 텐데, 

그 엄마들의 마음은 매일매일 얼마나 쓰리고 아플까.   

너무 아파서 아이들과 떨어져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는 부모도 많을 텐데, 그 심정이 얼마나 찢어지는 고통일지...


온전한 육체로 아이들의 매일에 삶에 동행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닫는 시간이다. 

얼른 쾌차해서 아이들과 맘껏 뛰어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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