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디자인 팀 리드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 (13)
#13. 용서를 배우다
사람은 종종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 실수가 어떤 실수냐에 따라 실수가 될 수도 있고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금요일, 프라이데이 나잇을 즐기던 팀원들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정황을 100 퍼센트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알코올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났을 때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을 이곳에 적을 순 없다. 하지만 분명 이 것은 사건이 맞았다.
종종 뉴스를 통해 피의자 또는 피고인 측에서 음주운전을 한 뒤 '난 기억이 나질 않아요, 난 잘못이 없어요'라는 말도 안 되는 식의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사고를 낸 것은 자신이 아니라 그 누구라는 말인가?
바로 어제 월요일 주간 아침 회의 시간에 피해자 팀원이 이 사건에 대해 알렸다. 많이 속상했던 마음에 팀원들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나 또한 많이 놀랬다. 그 동시에 피의자 팀원이 대성통곡을 했다. 더불어 다른 팀에 피의자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피해자 팀원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일단 침착해야 했다. 그리고 곧장 HR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다. 동시에 이 세 명을 한 사람씩 불러서 집중 면담을 했다.
결국 HR 부서에서 두 명의 피의자에게 경고장을 오늘 아침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자 팀원이 오늘 이른 아침에 HR 부서에 따로 연락을 하여 경고장을 취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HR 부서 리드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나 같았으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 것 같은 사건이었다. 그래서 피해자 팀원과 다시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 때문에 두 피의자들이 피해를 받는 게 싫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일까? 경이로울 뿐이었다. HR 부서도 나 역시도 피해자 팀원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경고장 없이 이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아직 피해자 팀원은 두 피의자들을 완벽하게 용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용서하는 자가 최종 승리자라는 것을 그는 알 것이다. 팀원을 통해 용서를 배우게 되었다. 팀을 이끌어가면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큰 교훈이자 가르침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