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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카이워커 Apr 03. 2023

인생 뭐 있어…. 쪽갈비에 소주 한 잔

그래. 그게 인생이지. 생각 없이 사랑하며 사는 것.

본격 식단과 운동을 병행한 지 2주째.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매일 닭가슴살, 파프리카, 어린잎 채소 따위를 먹다 보니 속세의 맛이 당기기 시작했다. 힘들게 5일을 일하고 보내는 황금 같은 주말마저도 풀떼기를 먹으며 보낼 생각을 하니 행복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목표한 2주 치 커리큘럼을 달성하기도 했고, 리프레쉬가 필요하여 이제는 방법을 조금 변경하기로 했다. 주말 중 두 끼 정도는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회포 풀기.


그리하여 이번주의 회포는 삼겹살로 풀었다. 삼겹살 하나만 바라보고 일주일을 참았다. 노릇하게 구워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삼겹살에 계란찜, 야채 한 상, 그리고 소주 한 잔. ‘술’ 하면 떠오르는 그 기대감을 상상하며. 알딸딸한 기분과 술과 곁들이는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시간들. (막상 진로 한 병을 시키면 80%는 짝꿍이 다 먹어버리지만 말이다.)


먹을 때만큼은 칼로리를 생각 안 하며 그저 먹는 것에 집중했다. 오늘의 삼겹살이 마지막인 것처럼.


잔뜩 불러진 배를 꺼트리기 위해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당현천길을 걸었다. 뻥 뚫린 하늘을 더 커 보이게 해주는 주변의 낮은 건물들, 물길 양 옆으로 즐비한 한바탕 일찍 펴버린 벚꽃 나무,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 잎. 오랜만에 느껴보는 봄의 기운이다. 이사 가기 전에 17년을 살았던 옛 동네에서 매일 밤 중랑천을 산책하면서 느꼈던 그 행복과 비슷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중랑천을 따라 무려 2만보를 더 걸어서 동네까지 도달했고, 쉴 곳을 찾던 중, 아주 조용하고 편안해 보이는 빙수집을 발견했다. ‘배달 어플 1위’ 간판을 당당하게 내놓은 그 집은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배달원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는데, 대표 메뉴인 인절미 빙수를 먹어보니 왜 1위인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곱게 갈린 얼음 사이사이 녹아져 있는 부드러운 연유와 끊임없이 등장하는 미숫가루. 너무 달지 않은 팥 앙금. 모든 것이 적당하고 조화로웠다.


오늘은 2주간 절제하는 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인생 뭐 있어… 쪽갈비에 소주 한 잔“이라는 간판이 달린 쪽갈비 가게를 봤는데, 골목길을 가득 채운 테라스 자리에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쪽갈비 한 접시에 소주 한잔을 걸치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다들 행복해 보였다.


‘그래.. 인생 뭐 있어. 그저 쪽갈비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게 인생이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분 좋게 먹고 마시는 것 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하루가 있다. 그런 날은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내 눈앞의 고기가 얼마나 맛있을지, 오늘의 소주는 왜 유독 단 맛이 나는지만이 궁금할 뿐이다. 그런 평범한 나날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인 것 같기도 하다. 오늘처럼.


쪽갈비에 소주 한 잔처럼 그저 단순하게 살면 되는데, 항상 의미 부여하고, 좀 더 높고 넓은 세계를 갈망하고, 내가 부족하다고 돌아보게 되는 것은 왜일까.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 인간이여. 오늘도 인간은 이해하기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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