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서랍을 비우면서
작가의 서랍을 비웠습니다.
발행하는 글이 지면을 채워 떠나가면 작가의 서랍은 비워지고 가벼워집니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서랍이 비워졌네 있네 없네 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종이로 접은 딱지도 주머니에 가득하고 양손에 불거지도록 들고 있어야 풍족한 법이니 이상한 일도 아닌 듯싶습니다.
비워지면 허전하고, 채워지면 버겁고, 덜어내는 것도 각박한 인심을 더해야 조금 덜어낼 수 있으니 덜어내고 채우고는 신경이 쓰이는 일은 분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의 서랍을 비우면서 조금은 불안했습니다.
작가의 서랍 속에 반토막의 글이라도 남아 있을 때 알 수 없는 위안을 느끼는 것은 내 남 없이 같은 경험이지 않을까요? 저만 그런가요?
서랍 속에 남아 있는 발행 전의 글감이 있을 때 내일이라도 발행할 수 있는 글이 있어 덜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서랍을 비우고 새로운 결기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허전해지는 마음을 느끼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조급해져야 새로운 단어와 마주하고, 문장의 언덕을 넘어갈 수 있으니 가뭇없는 신산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한 가지
작가의 서랍을 완전히 비우는 날부터 일주일 정도는 불안한 마음을 거두고 문구점에서 반짝이는 형광펜을 구매하고, 독서 중인 책에 형광펜의 밑줄을 긋고 설레는 에필로그에 마음을 빼앗기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서랍이 채워질 때까지 메모장에 필사하는 마음으로 정성 들여 짧은 글을 남겨 가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 피곤함을 더하지 않고, 부담은 줄이고 응원의 기운을 듬뿍 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느낌 없는 것을 있는 체하지 말고 반성하는 시간도 지금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반복해서 사용하는 어휘에 짜증이 나는 것도 이쯤에서 반성하고, 반복되는 버퍼링을 더 이상 묵과하면 재부팅으로 한꺼번에 잃어버린 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남의 눈길에 마음을 빼앗기고 자세를 바로 하지 못하는 습관도 고쳐야 하겠지요. 생각해 보니 고치고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마음을 비우고 나서야 반짝이는 즐거움 같아 처음보다는 기분이 좋습니다
작가의 서랍을 비우고 말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많은 느낌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단한 경험을 마주한 사람처럼 흥분해 있으니 생각해도 조금은 민망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지 말입니다.
이런 작은 경험이 저를 브런치에 익숙하게 하고 씀의 자세를 바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지요?
오늘은 마치 시험범위의 마지막 페이지를 끝내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워내면 또 채워지겠지요. 모든 것이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