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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혜인 Apr 17. 2020

성장의 다른 말

성장은 무엇을 먹고 자라나


 지난 6개월 동안 엄청나게 바쁘게 살고 있다. 글도 주 3회나 쓰고, 수업도 듣고. 게다가 회사 일도 2분기 정산 시기가 입학 철과 맞물려 너무 정신이 없었다. 어제 수업을 듣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쓰기 수업이 끝나고 기획안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커리큘럼에는 2시간이라고 적어두고 4시간을 수업한다. 정말 너무 마음에 안 든다. 물론 더 해주면 좋은 거지만 그만큼 더 피곤하니까.


 과제를 할 시간이 없어서 예전에 한 것을 그대로 제출했다. 선생님이 내 기획안을 화면에 트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에 놀라고 말았다.


 ‘이번에는 어떤 욕을 들을까.’


 자꾸 내가 선보인 어떤 결과물에 대해 욕을 들을 생각부터 떠오른다. 이걸 피해망상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는 콘셉트도 괜찮고 몇 가지 구조적인 거를 보완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칭찬들은 다 빈말로 들린다. 욕하지 않으면 진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 수업이 끝나고 같이 스터디를 하는 한 친구가, “너무 똑같은 회사 이야기만 쓰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자소서에 낸 걸 그대로 냈으니까. 괜히 섭섭했다. 이렇게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벅찬데 그런 말까지 들어야 한다니. 자신은 직장인이 아니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 말을 듣고 나니까 한편으로는 일하는 게 내 오기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같이 바쁠 때 정산 시기도 놓치고, 입학 수속도 느리고, 애들 관리도 허술하고, 부모님 케어도 잘 못 하고. 대표님이 하라는 명함 정리, 입출금 대장 작성 같은 일들 하나도 못 하고 있는데 회사에 민폐를 끼치는 느낌이 자꾸 든다.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지금처럼 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얘기다.


 이건 내게 익숙한 고통이라서. 나에게는 돈이 없는 고통보다 시간이 없는 고통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 함부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어렵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더 익숙한 고통을 선택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정말 버티는 삶이다. 성장은 다른 말로 고통이다. 고속성장은 고강도의 고통이 수반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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