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통해서 얻는 기쁨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처음 가는 극장이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회피하고 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영화 관람은 작게나마 흥분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에 늦은 시간을 통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보기로 한 영화는 다른 사람들의 많은 눈길을 끄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영화 제목에 끌려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올해부터 제가 오랫동안 놓았던 수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입시를 위한 공부도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수학’을 다시금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리려고 쌓아둔 책 속에서 수학정석 책을 몰래 빼서 책장에 꽂아 두었습니다. 수학이란 과목을 다시 한번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수학자”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이 시대의 수학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된다는 단순한 이유로 2년 만에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수학”을 중심으로 상위 1%만 다닌다는 자사고 고등학교 1학년과 거기에서 근무하는 수학을 아름다워하는 경비 아저씨와 비록 자사고를 다니지만 그 속에서 비주류인 한 학생이 주인공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줄임말로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주인공은 다른 과목은 어떻게든 따라가지만 수학만큼은 전체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학교 수업이 고1이 마치지도 않았는데 벌써 학교 수업은 고3 과정을 전부 마쳤고 다른 학생은 주말이면 서울 대치동에서 날고 긴다는 학원에서 선행수업으로 별도로 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고등학교 입학 전인 중3 때 대부분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입학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수업은 자사고 이상으로 문제는 어렵고 이들도 어렵운 시험문제, 저 세상에서 나온 문제가 출제되고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태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실제의 교육현장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주인공은 홀어머니가 벌고 있는 형편에 수학과외나 학원 강습을 하지 못하고 독학과 자습으로 쫓아가려는 친구들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때문에 수학교사이자 담임은 다른 일반학교로 전학 가라고 합니다. 9등급의 성적으로는 대학을 가기 어렵다고 충고 아닌 무언의 암시를 합니다.
답을 맞추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수학이야
다른 학생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구들의 야식 공습 사건에 휘말려서 우정을 지키려다 공범인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1달간의 기숙사 퇴실이란 벌을 받게 되어 우연히 이 학교의 탈북자인 경비 아저씨와 한 달간의 동거를 시작합니다. 우연히 학교 숙제를 대신 풀어준 경비 아저씨의 실력을 보고 수학을 가르쳐 달라는 삼고초려로 인해 수학을 같이 공부하게 됩니다. 다른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창고로 변한 과학실에서 탈북자 수학 천재 경비 아저씨와 사배자인 9등급의 학생의 수학 공부에 대한 불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이 첫 수학 공부부터 시작해서 그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직 높은 수학 점수와 상위권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가 아닌 수학이 지닌 매력과 아름다움, 그리고 왜 공부를 하고, 왜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틀린 질문에서는 올바른 해답을 구할 수 없다는 커다란 명제를 우리에게 던져주며 생각하게 합니다. 현시대는 오직 주어진 문제에 대한 정답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것도 누구보다 빨리 정답을 맞히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문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생각은 금기시되어 온 것이 현실입니다.
수학자인 경비 아저씨는 왜 공부를 하는지 그리고 수학이 지닌 매력을 알려주기에 현시대의 시험성적이나 점수에는 상관없이 수학의 아름다움, 수학의 맛을 알려주려고 묵묵히 노력합니다. 간단히 공식을 외워서 계산하는 수렴이나 극한의 문제도 그 항을 하나씩 도입해서 풀어서 계산하는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 문제 풀고 증명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맛보게 합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시험 때에만 또는 수학이 어렵거나 싫어서 수포자가 되었던 우리들에게 수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간단히 영상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이 더 영상에 포함되었으면 우리가 수학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관람자에게 알려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수학책을 다시 펼쳐 보거나 다시 공부하게 된 우리들에게 던지는 의미는 더욱 많습니다. 수학을 통해서 무슨 꿈을 꾸게 되거든 그 방향으로 꿋꿋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수학이란 과목을 통해서 신이 우리에게 하는 말(언어)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수학을 평생 하고 싶어서 국경을 넘은 사람도 있다고 하면서 오늘 못 푼 문제는 내일 풀어도 된다고 우리에게 용기를 심어줍니다. 어렵고 힘든 수학 문제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그리고 죽도록 노력만 하는 사람이 푼다고 하지 않습니다. 오늘 풀다가 막히면 내일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 풀어서 정답을 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친구라는 존재가 없어진 시대에 나이를 넘어선 친구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줍니다. 상위 1%의 경제력을 가진 친구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친구가 될 수가 있고 자기 아들의 나이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거기에는 물질적인 계산이나 사적인 마음이 없습니다. 오직 서로를 믿는 마음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액션과 유명한 배우, 또는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의 영화에서 그런 것을 다 배제하고 수학이란 단순한 과목과 몇 명의 주변 인물로 그려진 영화라는 것이 더욱 매력이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서 클래식 음악을 다시 한번 공부하고 듣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아마도 비가 내리는 조용한 밤에 형광등보다는 은은한 백열등이 켜진 책상 앞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수학을 공부하는 모습이 더욱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오늘도 제 책상에 펼쳐진 수학책 '집합과 명제' 부분을 다시 펼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