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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r 31. 202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통해 본 교육의 현실

이상한 나라 수학자를 보고 후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는 교육 현장, 즉 다음 세대를 이어갈 학생들이 공부하는 중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대한민국 서울의 한 복판에 있는 자사고를 배경으로 합니다. 대한민국의 상위 1%만 모인다는 기숙형 자사고에서 공부하는 학생 그것도 고등학교 1학년들이 주인공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녀, 조카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체를 보면 거기에는 그냥 영화로만 보기에는 지나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의 학업의 현장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단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의미 없는 선행학습

현재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선행학습’이라는 것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학교 진도보다 적게는 몇 달 또는 1-2년을 앞서가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미리 배웠기에 학교 수업은 이미 식상합니다. 벌써 학원에서 공부하고 시험까지 보았기에 학교 수업이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고1의 2학기 중간에 벌써 고3 진도까지 마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 수업은 대사를 낭독하듯이 이루어지는 선생님의 일방적인 설명으로 끝나고 맙니다. 오죽하면 수업이 끝나고 아래와 같은 자조 섞인 대사를 합니다.


“야, 니들은 아무리 학원에서 다 배워왔다고 해도 그렇지 가끔 선생님한테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이거는 이렇게 이렇게 풀면 돼요.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런 재스처가 좀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영어와 수학의 선행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운 경험으로는 어쩌면 이것은 가성비가 전혀 없는 투자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중학교 수학을,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수학을 비싼 과외비를 내고 배웁니다. 그렇지만 수능이나 대학교 입학하면 그것으로 모든 공부는 끝이 납니다. 그것도 필요한 수학만 선택해서 배우기에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 테스트를 해서 대학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하는 웃픈 현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답만 찾는 스킬을 배우는 선행학습보다는 공식 유도나 왜 그런지를 아는 수업이 필요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는 수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가성비가 제로인 어쩌면 마이너스인 선행학습의 부모들의 땀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2. 갈수록 커지는 ‘수학’의 비중

최근 대입 수능 시험에서 수학의 비중은 더욱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문과, 이과로 나누어서 공부를 했지만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문과, 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문이과 통합 교육을 하면서 수학시험도 공통 과목인 수학과 수학1인 경우는 시험문제가 같습니다. 당연히 문과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학이 싫어서, 수학을 못해서 문과를 갔는데 수학시험을 이과 학생들과 같이 본다는 것은 어쩌면 수학 실력의 불평등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영어 시험은 절대평가로 바뀌었고 수학만이 변별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국어는 미디어 세대로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문과나 이과 학생들에게 국어는 별다른 변별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험 시간에 질문을 다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여기는 문과와 이과의 차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대입 수능에서의 수학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인 한지우의 수학 실력이 9등급입니다. 수학이 9등급이면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다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학생은 주말에서 대치동에서 선행학습으로 1박 2일을 공부하면서 보충하기 때문입니다. 이들도 수학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툭 까놓고 이야기를 할게. 우리 학교처럼 빡센 데는 4, 5등급만 나와도 스카이를 수시로 넣을 수 있어. 그런데 국영수에 9등급 고춧가루가 끼면 방법이 없다. 주말마다 대치동 1박 2일 스파르타 달리는 거 알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학이 싫어지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더 쉽게 공부하고 다가갈 수 있는 교육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따라오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그것도 되지 않으면 수학 문제를 푸는 스킬, 답을 찾아내는 기술을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아이들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3.N분의 1의 시대

영화에서는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일탈로 아이들이 야간에 학교 담을 넘어서 야식을 먹곤 합니다. 주인공은 어울리기 위하여 대신 담을 넘어 술과 안주를 가지고 넘어오다 천재 수학자인 경비, 최민식 님에게 걸리게 됩니다. 그 결과 나머지 공범자를 찾기 위해 주인공에게 나머지 친구들을 말하라고 하지만 주인공의 착한 마음, 우정이라 생각하고 모든 잘못을 자기가 혼자 뒤집어씁니다. 같이 공범인 나머지 친구 3명은 주인공의 착한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5만 원을 주면서 그것으로 보상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혼자 벌을 받아 한 달간 기숙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때 주인공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가 혼자 뒤집어쓰는 것이 안쓰러워 한마디 합니다. 


“다른 애들이 불었어. 일주일씩 N빵(1/n)하고 끝내는 일이잖아. 근데 이게 뭐냐”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계산하는 “n분의 1”의 개념이 강합니다. 특히 패스트푸드 점이나 같이 사 먹는 경우 정확히 돈을 나누어서 계산합니다. 한 사람이 계산하고 그 사람 통장으로 정확히 돈을 계산해서 통장으로 송금하는 것을 봅니다. 물론 이런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먹은 것이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은 다 같이 감당하는 n빵의 정신이 살아 있지만 어떤 공동의 책임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비겁하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공동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대를 이끌어가는 다음 세대에게도 N빵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쪼갤 수 없고 나누기 힘든 것은 같이 책임지는 하나의 의식, 연대의 의식의 필요합니다. 성경에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포도나무 가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도 있음을 알았으면 합니다.



4. 배움의 기쁨보다는 점수, 대학, 돈벌이의 기준이다.

경비 아저씨가 풀어진 수학 과제의 정답이 모두 맞은 것을 확인한 주인공은 삼고초려의 정신으로 경비 아저씨를 쫓아다닙니다. 낮에도 학교에서 새벽에도 찾아가는 정성과 주인공의 가정 형편을 알고 수학을 가르쳐주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수학을 왜 가르쳐 달라고 하는지, 즉 왜 잘하고 싶은지를 묻습니다.


수학을 가르쳐 달라? 그래서 뭐 할 거네?

그거야

점수 좀 올리고 싶다?

솔직히 그렇죠

그래서 좋은 대학 가고 돈 많이 주는 직장 취직하겠다


물론 잘 사는 친구들이 주말에 대치동에서 잘 나가는 1타 강사들의 스파르타 수업을 받는 것과 혼자 독학으로 어려운 수업을 쫓아가는 주인공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수학을 잘하는 경비 아저씨의 수업을 받기를 원합니다. 수학을 배우는 17살의 고등학생의 눈에 비친 학교 공부, 수학 점수는 좋은 대학 가서 돈을 많이 버는 직장에 들어가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것은 기성세대, 부모세대가 잘못 만들어 놓은 것 때문입니다. 수학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배우게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시험을 보게 되고 우열을 구분함에 따라 좋은 대학 가기 위한 자격증으로 둔갑하고 그것이 결국에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오늘날의 슬픈 교육의 현실입니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기초부터 원리를 생각하고 체계적인 사고를 하는데 쓰이는 수학이 아니라 수학이 돈, 돈이 수학이라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어른으로, 부모로 반성을 해야 함을 느낍니다. 그냥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고 생각을 해서 풀어나가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을 먼저 가르쳐 준다고 하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출제자의 의도만을 파악하게 하는 기회주의자를 만들고 있다.

수학을 직접 하나씩 풀고 배우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수학 실력도 조금씩 늘어납니다. 그러는 도중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낸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감히 자사고 수학 수업에서 선생님에게 반론을 제시합니다. 물론 그것은 경비아저씨한테 제대로 배운 실력 때문이지요. 선생님의 문제가 오류를 지적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이 만든 문제는 하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런 논쟁 속에 기말고사에 똑같은 문제를 내더라도 선생님의 의도, 출제자의 의도가 말하는 정답을 쓰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쓰겠다고 말합니다. 멋있고 쿨하지요. 하지만 수업시간에 쫓겨납니다.


“다음 시험에 이 문제를 토씨 하나 안 고치고 그대로 낼 테니까, 너는?

‘전 3번이라고 쓸 겁니다’

‘너희들도 잘 들어. 대한민국 시험에서 수험생이 할 일은 딱 하나야.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거고. 출제자가 콩을 팥이라고 하면 팥인 거야. 거기 토를 달아? 그럼 너희들만 바보 되는 거야’

이것이 어쩌면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교육 방식입니다. 물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답을 찾는 기술만 가르쳐 주기에 급급합니다. 왜 정답이라기보다는 선생님, 출제자의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가르쳐 주고 맙니다. 아이들에게는 생각이나 비판할 능력을 키워주지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선생님이 낸 시험문제에서만 나온다고 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에서 인간이 알아낸 영역은 매우 미미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신을 믿건 믿지 않건 모든 사람들이 자연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선배, 부모 또는 선생으로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올바른지를 먼저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답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기에 급하다고 문제가 잘못되어 잘못된 해답을 구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로 문제입니다. 우리 선조들도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세대에서 잘못 구한 해답을 정정해주고 올바른 답을 전해 주었습니다. 예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답을 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보다 질문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올바른 질문을 하고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세대로 키워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포자가 아닌 생각하는 수학자로 사는 인생을 살도록 해야 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한 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모든 것이 수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는 문제를 읽지 않고 보지도 않고 답만 찾는 기형적인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과학 기술이 중요하고 그것의 근본이 수학임을 부인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수학을 돈 버는 수단으로 아이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보다 잘 키우고 교육시키기를 원하면서도 막대한 노력과 돈을 쓸데없는 선행학습으로 낭비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3 때까지만 필요한 수학이 아닌 평생을 수학적 사고로 살아가는 의리 있고 책임감이 있으며 진리를 찾는 다음 세대로 키워야 함을 알아야 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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