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다는 것
- 4~5년 전쯤의 일기를 꺼내보다
1년 8개월
마트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카트를 끌던
나의 고단했던 취준생 시절에.
선배 윤여사가 무슨 말을 해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같이 밥을 먹어주고 계산을 해주었고
차 한잔을 쥐어준 채 사무실로 돌아가는 식으로
그녀가 함께 해주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한다.
악몽을 꾸고. 잠을 못 잔다는
윤여사는 마지막 직장을 관둔 지
2년이 되어간다.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로
그녀가 자신을 물어뜯기 시작할 즈음.
"그건 의미 없다"로 잘라주고.
조용히 그녀 단골 사장님께
찻값과 포장시킨 몇 천 원의
원두값을 계산한다.
내가 평가하지 않아도
온전히 그녀 자신이 지고 가야 할
고단한 삶인데.
힘내라. 다 그런 거다.
너 미련하다. 현명하다.
덧 붙이고 싶잖다.
그냥. 깩깩거리고
안 하는 드립 치다 해 왔던 대로
노인공경 없이 막 대해 드리고.
밥 멕여 귀가시켜드린다.
때 되면. 무엇이든 결론지어지겠지.
그 답을 지고 갈 때를 위해.
차 마시고, 밥 같이 먹고.
그녀 미래에 빛이 비칠 수도.
그리 아니할 수도 있다는 것.
우리는 펼쳐질 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때가 되면.
좋든 싫든 살기 위해 짊어져야 할 뿐.
그게 삶의 많은 부분인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