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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구름 기린 Nov 02. 2020

연말 선물 제작기

내 마음의 정언명령

  요즘의 근황은 맥주에서 위스키와 인터넷 쇼핑몰 전통주로 취향을 바꿔가고 있다는 것 하나. 그리고 벨트를 넘어서서 자유를 외치는 뱃살을 보다 못해 2주 전부터 평일 점심 샌드위치 + 저녁 프로틴 / 계란 2개의 칸트적인 식단을 실천 중인 것 둘. 시간이 남아 단골 헬스장에 PT를 끊고 2회 차 하체운동에 지난 토요일 하루 새우처럼 허리를 피지 못하다 화장실에서 혈뇨를 본 일 세 번째.


 네 번째 근황은 2주 전 잠시 연애 Pause를 외치게 된 후, 이것저것으로 일상의 시간을 메우다 상대에게 해주고 싶던 브랜디 한 병와 전용 잔 생각으로 내 맘대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는 점이다.  장거리라 자주 본 사이도 아니지만 매일 메우던 연락이 뜨음해져 새긴 시간, 이 공백을 이용해 이것저것 준비해 가고 있다. 


 아마존에서 산 위스키 전용 글라스는 생각보다는 빨리 한 주 만에 미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내 방문 앞에 놓였다. 그 사이 글라스에 부착할 이름표는 한 번의 실패 끝에 다시 제작 요청 중인 상태. 그녀가 자신에게 붙인 별명을 스티커로 제작해 글라스에 붙여줄 예정이다.


 내 맘대로 패키지를 설명한 브로슈어는 홍보물 제작 사이트에서 사이트 제공 서식과 툴을 이용해서 제작되었다. 그녀의 직장동료들에게 얼핏 보여도 제품 브로슈어처럼 보여 위장될 수 있게,  첫 장에는 그녀의 이름과 직함 / 그리고 필요 없는 허술한 영문 번역을 덧붙여 제품 브로슈어 또는 홍보용 프린트물로 열심히 위장했다.


 남은 일은 11월 중순까지 코스트코 레미마틴과 맘에 들었던 단 맛의 전통주를 조달해 묶어 포장하면 계획했던 이 패키지 작업의 끝이 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제작 스티커를 컵에 붙였다 테스트 삼아 설거지 후 엎어놓았더니 신경 안 쓴 새에 입 벌린 바지락처럼 메롱 하며 한쪽이 떨어져 있던 순간들. 몇 번쯤 포맷과 교정을 보며 거창함의 무거움 덜고 그녀와 했던 농담 몇 마디를 녹여낸 브로슈어. 평소에 하지 않던 생소한 일이자, 이때가 지나가면 나의 흥미와 열정들이 사그라질 일.


 최고의 열정과 정성을 집중했다기보다 오늘 낼 수 있는 시간 조금 / 그제 손을 낼 수 있는 만큼 손을 태운 얼마 / 서로 보냇 던 짧은 시간의 일부가 떠오를 때 무리 없이 천천히 손과 잔머리를 쓰고 있는 중. 관계는 진행에서 잠시 멈췄지만 드문드문 떠올리는 시간의 일부, 그녀가 사라진 시간을 나는 이 내 맘대로 패키지에 조금씩 녹여내고 있다. 

 

 혹여나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을 많이 쓰지도 / 무리해서 큰 일은 벌인 것은 아니므로. 나는 그녀 웃는 모습이 생각나서 짧은 시간의 실소를 생각하며 해 나가는 사소한 일일 뿐.

(혹시 그녀가 웃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오늘의 손을 태움은 가지런한 내 마음에 차분한 명령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나로 기인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평안하고 행복하셔라. 오늘도 슬쩍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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