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파리 여행을 준비하며 1

by 진초록




시작은 파리가 아닌 바르셀로나였다. 즐겨하는 커뮤니티에 ‘바셀 항공권’ 특가가 연달아 올라왔고, 왕복 50만 원도 채 하지 않는 그 항공권에 나 역시 어김없이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유럽 항공권을 특가로 푸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출발일이 당장 3일 뒤인 이른 바 땡처리 항공권이라는 사실은 빠른 좌절감을 주었다. 가격에 혹했던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내 귀에 다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당장 며칠 내로 준비해서 머나먼 유럽땅을 밟는다는 것은 사실 그러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이라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


하지만 나는 어떤가. 누구보다도 시간운용이 자유로운 프리랜서 아니던가. 게다가 “누가 대신 가주세요" 라는 한탄에 위로는커녕 “그럼 그럴까”하고 솔깃해하는, 남들이 하는 건 다 해야 하고 남들이 못하는 것도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관심 종자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해당 항공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랴부랴 찾았다. “님은 못 가지만 대신 내가 가볼게요.” 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결제를 앞둔 순간, 때늦은 이성이 찾아와 손가락을 붙들었다.


바르셀로나……. 작년에 갔다 왔는데. 올해도 가야할 이유가 있나. 아무리 항공편이 저렴하다고 해도 그곳을 또 가야할 필요가 있을까.


단언컨대 필요에 의한 여행은 없다. 물론 부모님 환갑여행이라거나 태교 여행 등, 무언가를 기념하는 행사는 많지만 그것이 꼭 여행으로 귀결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바르셀로나는 내게는 필요치 않은 도시였다. 여행이 아닌 방문의 목적을 채웠다면, 그렇게 해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다 봤다면 더 이상 찾을 필요까지는 없는 도시. 취향 차이겠으나 내게 재방문 의사는 0에 수렴하는 그런 도시.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바르셀로나와 다시금 이별했다. 모방 소비를 거하게 할 뻔했다고 스스로를 탓하던 것도 잠시, 행선지를 바꾸어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솟구쳤다. 때마침 <무정형의 삶>이라는 책을 읽으며 작가처럼 ‘마흔 살에 파리에서 살아보기’라는 아득한 목표를 세우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예행 연습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쩌면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따른 것일까. 조금 전까지 바르셀로나행을 고민하며 결제 직전까지 갔던 나는 지체없이 목적지를 파리로 바꾸었고, 별다른 고민도 없이 순식간에 결제를 완료했다. 고작 목적지 하나를 바꾸었을 뿐인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이번 여행의 ‘필요성’에 대해 줄줄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는 안 되고 파리는 되는 여행의 필요성이 무얼까. 내도록 자문자답하는 여행이 될 터이지만 나는 그렇게 또 한 번 파리행을 결정했다. 뭔가를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노트와 펜, 아이패드까지 바리바리 싸들고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