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트레킹 설명회

by 걷고

낯선 곳을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여행이 11일 간 히말라야 산군의 하나인 안나푸르나 베이스 켐프(ABC, 해발 4,130m) 트레킹을 함께 하는 여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설레고 동시에 두려움과 불안감도 느낀다. 16명이 함께 가는 것이 주는 안도감과 편안함도 있지만, 반면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불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트레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행사(어나집 투어) 대표가 일정 변경을 요청해서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일정 변경이었지만, 회사와 휴가 일정을 사전 조율하거나 개인적인 일정을 조정해 놓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편했을 것이다. 이는 여행사 대표에 대한 신뢰를 다소 떨어뜨렸다. 참가하는 사람들 중 조사와 자료 검색을 통해 ABC 트레킹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아는 만큼 궁금한 것도 많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파악한 정보가 여행사 대표가 제공하는 정보와 다를 수도 있다. 또한 각자 알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자신의 편의를 위한 정보이기에 보편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정보는 트레킹의 스릴감이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여행사 대표가 방문해서 설명회를 진행했다. 걷자 님과 본각 님 부부가 장소와 음료를 제공해 주었고, 참석하는 사람들이 간식을 준비해 와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여행사 대표의 설명 방식은 그동안 사회에서 경험했던 일반적인 회사의 설명회 방식과는 다소 달랐다. 잘 정리되고 세련된 설명회는 아니었지만, 투박하고 두서없이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 오히려 신뢰가 갔다. 그리고 그가 단순히 수입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고 우리와 함께 동행하며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 여행 사업을 하고 있기에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한 금액은 다른 여행사와 비교해 볼 때 매우 파격적이었지만, 트레킹 상품의 질은 별 차이가 없었다.


트레킹 코스, 로지(Lodge)의 상황, 포터와 요리사, 가이드를 동반하는 것도 다른 여행사와 동등한 조건이다. 차이가 있다면 항공편과 카트만두 숙소 정도일 것이다. 어떤 항공편을 이용하든 카트만두에 도착하면 되고, 숙소는 머무는 데 불편하지만 않으면 된다. 굳이 호화스러운 숙소에 머물 필요도 없다. 트레킹 자체가 일상의 안락함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지는 행위 아닌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민낯을 보고 성찰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그 변화의 힘으로 일상에 복귀해서 예전과는 다른 판단과 대응을 하며 삶을 긍정적이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 아닌가? 여행 일정, 트레킹을 위한 준비 과정, 숙소, 항공편 등 모든 것은 여행사가 우리를 대신해서 준비해 준다. 또한 여행사 대표가 전 일정 우리와 함께 동행하며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고 도와준다. 우리가 할 일은 각자 필요한 물품 잘 챙기고, 건강하고 즐겁게 걷는 것 외에는 없다. 이 자체가 이미 5성급 트레킹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여행사 대표가 필요한 것을 시기적절하게 알려줄 것이다. 그의 요구나 요청, 지시에 따라 준비할 것을 준비하면 된다. 우리 편의를 위해 여행사에게 전반적인 준비 과정을 맡겼기에 우리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다. 비록 준비 과정은 수동적이지만 트레킹을 하면서 우리는 능동적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자신의 의지와 발과 온몸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 항공편이나 교통편, 식사, 건강 상태, 동료들과의 관계, 낯선 환경 등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거나 괴롭힐 수 있다. 특히 고산병이나 추위가 걱정된다. 하지만 주어진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낯선 사람과 환경을 통해 자신의 민낯을 확인하고, 주변과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이 바로 ‘상황을 수용하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은 나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만 알아도 주어진 상황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이로 인한 불편함에서 예전보다는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원하는 것이 바로 욕심이다. 그 욕심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행복한 경험도, 때로는 불편한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선택한 결과이다.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행복한 상황에 오래 머물려는 생각도, 불편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마음도 욕심에 불과하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걸으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절차탁마할 수 있다. 이번 여정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자신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아주 소중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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