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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Feb 13. 2022

퇴사는 늘 사람을 남기고

생애 두 번째 퇴사를 했습니다


생애  번째 퇴사를 했다. 퇴사는  번이 어렵지  번째부턴 쉽다고들 하던데,  퇴사와  번째 퇴사는  양식도 마음도 말도  달라서  새로 하는  같았다. 같은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대개의 경험이 그렇듯이. 앞으로 내게  번의 퇴사가  있을까. 어쨌든 퇴사가 단수가 아닌 복수의 무언가가 되어버리고 나자 괜히 그런 것을 셈해보게 되었다.


굳이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번의 퇴사 모두 조금씩은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했다. 감사한 일이다.  순간만을 기다렸노라고 해방감만을 느끼며 떠나거나 다시는 보지 말자고  퉤퉤 뱉고 떠나는 것도...글쎄,  순간에는 짜릿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다는  무언가 여기 좋은  있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경우엔  사람이다.


 번째 회사에선 사람에 대한 미련이 너무 진했던 탓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었다. 이곳을 지금 떠나는 게 옳다는 확신을 내 옆의 사람들이 자꾸 흔들었다. 나가서 이만한 사람들을 다시 만날  있을까. 이런 상사를, 이런 동료를? 이왕이면 신이 나서 두근거리는 마음만 가지고 퇴사를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자꾸 마음을 잡아채서. 결국은 개운치 못한 마음으로 퇴사를 하며 우스운 다짐을 했었다. 다음 번 가는 회사에선  정도의 깊은 관계는 만들지 말아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에 미련이 남아서 이직이나 퇴사 같은 중요한 결정이 뿌리 끝까지 흔들리는  스스로 답답했던 모양. 그리고 그게  내가 지나치게 정을 주고 정을 받은 탓이라 여겼다. 회사일 뿐인데. 사직서  이면 흩어져버리는 관계인데. 괜히 너무 정을 들여서.


그리고  다짐은 보란 듯이 실패했다. 나는 또 새로운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야 말았다. 어쩔 수 없는 내 성격인가, 생각도 했지만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체념 아닌 체념도 들었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주일에 다섯 번, 하루에 아홉 시간씩 옆자리에 앉아 좋은 일 나쁜 일을 다 같이 겪는 사이인데. 같이 먹는 끼니수가 가족보다도 많고 나누는 이야기도 친구보다 많아지는데. 동지애랄까. 회사는 전쟁터 같은 곳이니 전우애가 더 맞을까. 하여간 사이사이로 감정이 자라나지 않게 막을 도리가 없다. 아무리 우린 그저 돈 벌러 모인 직장동료일 뿐이라고 선을 그어대도.


하여간 이번에도 아쉬운  사람밖에 없었다. 전 사람은 다 싫어하고 개만 좋아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말을 내뱉고 닌 주제에 결국은  사람. 사람빼곤 여기서  해보고  일도,  받고 돈도,  그려보고픈 청사진도 남은  없다. 애초에 그런   떨어졌기 때문에 다른 으로 옮겨가기로 한 것이겠고. 근데  모든 것들이 빠르게 고갈되어 가는 와중에 사람은 쌓이기만 했다. 다 다른 사람들이고 때론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그저 아끼게 되는 마음.


마지막 날. 멀리 있는 매니저가 부러 신경 써서 보내  커다란 꽃다발과, 팀원들이 이렇다  말도 없이  미는 다정한 선물에 편지들과. 아쉽다 하면서도 막상 나는 준비한  아무것도 없는데, 기대치 않았던 마음들을 한가득 안고서는... 어딘가 딱딱하게 막혀있던 혈이 풀리며 온몸에  온기가 돌았다. 그들이 내게 소중한 사람인만큼 그들에게 내가 소중한 사람임을 깨달을 , 왜 몰랐냐며 껴안아주는 온기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유독 정이 많아 자주 상처 받고 그렇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작은 인간은 더더욱. 사람은 다 싫다며 떠들던 것이 그저 내 미욱한 방패였음을, 이번에도 완전히 뚫리고 말았음을 인정할 밖에.






마지막 날 환하게 웃는 나를 보고 동료들은 떠나는 게 그렇게 기쁘냐며 서운해 했지만, 나는 하루종일 인연의 무거움을 새삼 실감했다.  다시 돌아와, 우리 어디서든 다시 만나, 그러니까 사실 이건 작별인사는 아냐.  어떤 편지에도 제대로  작별인사는 없이 그저 다시 만나자는  뿐이라 더더욱.


다행히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직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달래는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퇴사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끝나버리지 않는 인연도 있다는  몸으로 알게 됐으니까. 물론 거리가 멀어진 만큼  연을 잡고 있는 데는 조금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힘은 충분히 내어줄  있을 만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니까.


동시에 다음 회사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면서도 괜한 안도감이 들었다. 언제든 도망쳐 돌아가도 안아줄 사람들이 그새 또 한움큼  곁에 생겼다는 사실에.  새로운 사람들이 누구든, 지금의  막막한 심정과는 상관없이 결국 언젠가 그곳을 떠날  나는 다시 그들에게 미련 섞인 시선을 짙게 내보이게  거란 믿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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