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이야 말도 안돼 라는 말로 시작한 1일에도
서울시립과학관에 가서 좀비에게 물린 해독제를 찾던 2일에도
아이가 친구네 집에서 종일 신나게 놀고 온 3일에도
김구기념관에 갔다가 포켓몬스쿨을 수료하고 웡카를 본 4일에도
설이 며칠 남았나 세어보던 5일 6일 7일에도 아침마다 날짜가 낯설었다.
6개월 가까이 다니면서 단 한 번의 지각도 없었던 주말 역사 체험에 2월에만 두 번이나 지각을 했다. 아침마다 날짜를 확인하는데, 도무지 2월의 날짜는 실감이 나지 않아 자꾸 헛발질을 하게 된다. 일정을 중복 확인하고 스케줄 어플에 여러 개의 알람을 맞춰두고도 날짜와 시간을 놓치고 보니 매일 무언가 잊거나 착각했거나 놓치지 않을까 불안하다. 혹시 나와 2월에 약속을 잡았는데 내가 아직 확인이 없다면 꼭 연락을 부탁드린다.
의정부와 서울과 전곡을 오가며 쉴 틈없이 설을 보냈다. 안 그래도 짧은 2월 중에 나흘이 훌쩍 지나갔다.
명절이 끝났나 싶게 발렌타인데이가 도래했고 이틀에 걸쳐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 전에 지켜야 할 사항을 확인하고, 뒤바뀌면 안되는 검사 순서를 숙지하고, 몇 번해도 익숙해지지 않은 여러 검사의 피로감과 검사 후 주의 사항 등에 시달리고 나니 사흘이 증발해있었다. 17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명절이 끝난 것 같고 2월의 날짜가 선명해지는 듯 했다.
긴 시간을 들인 아이방 정리를 마쳤다. 방 안에 있던 모든 가구를 비워 거실에 물건을 쌓아두고 버릴 것은 버리고 팔 것은 팔고 물려줄 것들은 따로 챙겨두었다. 작은 책장을 정리하고 이케아에서 큰 책장과 수납장을 샀다. 여기저기 대충 쌓여 있고 널려 있던 책들과 장난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2월이 20일이나 지났다. 스무번 가까이 낯설어하다보니 오늘은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