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고요, 야구를 좋아합니다.
금융 어플에서 오늘 날짜의 카드 대금이 저번 달 같은 날에 비해 54,900원 적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달엔 명절이 있어 지출이 훨씬 컸으니 같은 날짜에 카드값 5만 원이라도 줄은 것은 선방이라고 해야겠지만 오후에 마트에서 5만 원치 장을 봤고, 남은 날짜 동안 나갈 지출을 따져보니 이번 달도 적자를 피할 수는 없겠지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부모님 돈으로 편안한 생활을 했고, 대학 입학해서 결혼할 때까지는 제가 벌어 생활했습니다. 결혼하고는 남편과 둘이, 임신 이후부터는 남편의 외벌이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2D 만화 형식의 카드 메일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짧은 스토리를 만드는 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만든 이야기가 움직이는 그림이 되어 다른 사람이 보고 즐거워한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했습니다. 문구점, 백화점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백화점에서 일할 때에는 이 달의 친절사원으로 뽑혀 보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방학 때 친구들과 단체로 영어교재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친구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재밌게 일했고 온오프라인 영업서비스를 모두 경험하고 나니 사람 대하는 일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멋모르고 지원한 은행 사무보조 아르바이트가 출근하고 보니 제3금융권이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새로운 금융 세계의 시스템과 내막을 알게 되어 놀라웠고 올바른 경제관념과 돈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전공을 살려 광고 프로덕션, 방송 제작사에서 카피라이터, 보조작가로 일을 했습니다. 방송 작가 일에 재미와 열의가 있었지만 극악한 처우로 그만둔 뒤, 안정된 삶을 위해 교육부에 계약직으로 들어갔습니다. 무기계약직이 되고 싶었지만 2년 계약기간을 마친 후에 퇴사하고 다시 전공으로 돌아가 게임회사와 은행에서 7년 넘게 홍보/마케팅을 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기획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이 재미있고 적성에 맞았는데 방송작가 일이 다시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공부하며 적십자에서 일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맞은 기회와 더 나은 삶의 기반을 제공해 주는 일이 보람 있었고 교육원 공부와 병행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적십자 재직 중에 결혼했고 작가협회 교육원을 수료하고 방송 일과 겸업했습니다. 결혼 2년 차에 유산을 하고 이듬해 다시 임신에 성공한 뒤 의사의 권유로 퇴사해 고용보험 내역상 마지막 직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바리스타 자격증과 초등수학 지도사, 중등수학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했고 제일 잘하는 과목이기도 했습니다.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만은 1등급이었습니다. 수학공부방 준비를 하다가 코로나로 열지 못하고 아이의 수학만 가르치고 있는데 작년 말 수학 경시대회 두 군데에서 은상과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글을 계속 쓰고 싶어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다가 작년에 좋은 기회가 닿아 온라인 환경매체에 객원기자로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오랜만에 계약서를 쓰니 조금 설레기도 내가 쓴 글에 값이 매겨지고 평가를 받으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즐거웠습니다.
이십 년 동안 한 일을 이렇게 써놓고 보니 죄다 허풍 같습니다.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아서 이 자기소개로 새로운 제안을 받긴 그른 것 같습니다. 잘난 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좋아했지만 꾸준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이룬 것이 없어 서운함도 생깁니다. 살면서 자주 춤추고 곧잘 여행했습니다. 올해로 5학년이 되는 자녀 한 명과 일이 바빠 귀가가 뜸한 남편과 같이 살고 있으며 15년 동안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후로는 사슴벌레 두 마리를 키웠을 뿐 반려동물은 없습니다. 육아로 사회 활동이 멈춰있던 동안 매일 잃고 또 새로 얻었습니다. 오늘은 이 글로 인해 오래전부터 글 쓰는 일을 좋아했고 과거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즐겼음을 발견한 게 소득이라면 소득입니다. 이 소득으로 적자난 생활비를 메울 수는 없겠지만요. 그래서 수학학원이든, 카페든, 사무보조든, 글쓰기든, 다시 일을 하고 싶으니 '혹여 제가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일을 맡겨주세요'라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