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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Mar 11.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3

풍요하리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스트링 파우치

  풍요와 하리는 각각 고양이와 쥐를 닮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고양이 ‘풍요’는 자매 중 둘째로, 한국에서 태어난 품종묘다. 대게의 고양이들이 졸릴 때나 눈이 부실 때 짓는 표정이 디폴트이며 아이보리색 얼굴빛을 지니고 있다. ‘하리’는 풍요와 자매 지간이며, 언니인 생쥐 캐릭터다. 다만 생쥐 치고는 큰 덩치 덕분에 자이언트 쥐로 불리고 있다. 그레이빛의 연한 피부색을 지니고 있고 동글동글한 얼굴과 눈망울, 귀 모양이 특징이다.

  풍요하리 캐릭터는 우리가 함께 공방을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발전해 왔고 그림책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등의 다양한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 자매를 닮은 캐릭터이다 보니 과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명실상부 풍요하리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림에서 뿐만이 아니라 손바느질 펠트 작품, 원단 디자인 등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때는 2021년이었다. 어느 날 언니 하리가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는 캐릭터 모티브를 아플리케 형식으로 원단 조각 위에 붙이거나 펠트 소재로만 만들었던 때였다. 풍요와 하리를 그대로 닮은 퀼트 작품은 만든 적이 없었기 때문에 캐릭터 형태를 그대로 녹여서 디자인해 보자고 했던 것 같다. 언니 하리는 자신의 스케치를 보여주면서 얼굴 모양의 스트링 파우치를 만들겠다고 내게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고 나는 언니가 만들어준 얼굴 원형에 눈, 코, 입과 귀 모양을 그려 도안을 완성했다.



  수채화 물감으로만 그리던 캐릭터를 퀼트로 표현하려고 하니 얼굴색부터 무늬 등등 결정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특히 풍요와 하리는 세트 개념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얼굴원단을 색만 다른 같은 소재로 구해야 했다. 언니 하리는 성글어서 사용하기 조금 까다롭지만, 색 표현이 우수한 원단을 골랐다. 그리고 그 위에 짙은 갈색으로 이목구비를 수놓기 시작했다. 이 또한,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렸을 때 활용한 물감과 흡사한 색을 사용했다. 항상 수채화 물감으로만 작업하던 나는 언니가 사용한 실 색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실은 물감처럼 혼색하며 사용할 수는 없지만, 고유의 색이 아름다워 고르는 맛이 쏠쏠했다. 두 캐릭터 얼굴 무늬는 원단과 잘 어울리면서 원작을 벗어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퀼트 작품의 묘미는 천조각을 잇는 패치워크에 있는 만큼, 얼룩 부분도 아플리케 하여 연결해 주었다.


  우리의 시그니쳐 아이템이 될 만큼 옆면과 뒷면도 소홀하지 않았다. 옆면의 경우, 풍요는 헥사곤 모양으로 원단 조각을 이었고, 하리는 다이아몬드 형태로 패치워크했다. 색감은 각각의 아이템 톤에 맞게 배치되어 앞, 뒷면과 연결되면서 돋보일 수 있도록 화사하게 조각들을 배치했다. 사이즈가 큰 만큼 많은 수의 조각들이 사용됐으며, 판매용 조각들을 헷갈리지 않게 배치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작업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컴플레인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때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나 보다.

  뒷면은 얼굴과 같은 원단을 사용하였고 고양이, 쥐꼬리를 각각 도톰하고 얇은 꼬리로 바느질하여 표현했다. 이 포인트가 없었으면 멀건 느낌으로 마무리될뻔했는데 보드라운 펠트 조각이 꼬리가 되어 슬쩍 쓰다듬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든다.



  이 작품은 단순히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것뿐만 아니라 완성 후 패키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련들이 많아 더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패키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패키지를 준비하던 와중 특정 원단이 품절되어 제작 중단의 위기가 오기도 했다. 이런 경우, 패키지를 완성하지 못하고 제작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은 우리에게 특별했기에 품절된 원단을 대체할 원단을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했다. 시간은 조금 걸려도 우리가 직접 원단을 만드는 경우, 지속적인 공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선택했던 것 같다. 또, 안감에 들어간 원단이 품절되었을 때에는 다른 디자인의 원단을 구매해서 완성된 작품 위에 아플리케 하여 덧씌우기까지 했다. 고된 작업이었지만, 이 패키지를 만드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완성된 사진 설명서를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더. 다행히 티나지 않게 마무리되었고 지금까지 그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풍요와 하리 스트링 파우치는 마치 우리 자매처럼 똑 닮았으면서도 각자 개성이 뚜렷하게 완성됐다. 언니와 내가 각각 따로 만든 작품이어도 한 데 모아놓으면 마치 하나처럼 보이듯이 이 작품도 함께 두면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성이 강하고 기성의 퀼트 작품과는 다른 디자인에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작품을 완성하면서 향후 만들게 될 캐릭터 퀼트 작품의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작품의 모습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밝고 명량하길 바라며
사람들의 곁에서 늘 함께하는
그런 존재를 만들어가는
풍요하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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