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순내 나는 하리 치즈 가위집
공방을 몇 년간 운영하다 보니 언니의 가위가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가위는 단순히 사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 절단용, 재단용, 아플리케용 등 용도와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가위는 잘 잘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나조차도 언니의 가위들을 보고 있노라면 장비병이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자수용 가위는 크기가 아담한데 디자인도 예뻐서 나도 몇 종류 갖고 있다. 또, 모양 자체가 에펠탑 모양인 것도 있고 손잡이 부분이 자개인 가위도 있다. 내가 아끼는 가위는 손잡이 부분이 유려한 곡선에 반짝이는 금장식으로 되어 있다. 이런 가위들은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느낌이 들고 소장욕이 샘솟는다.
가위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수납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위는 잘못 다루면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늘 사용할 때 주의를 요한다. 또, 가위 날은 예민한 부분이라 떨어트리거나 용도 이외의 물건을 자르면 바로 망가지기도 하고 날이 무뎌지기도 한다. 이러한 취급상의 문제 때문에 언니 하리는 가위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안전하고 깔끔하게 보관하기에 가위집만 한 소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캐릭터 하리는 생쥐여서 치즈를 좋아하는 컨셉이고, 실제로 언니 하리도 치즈 모티브를 좋아한다. 먹는 치즈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치즈의 생김새와 색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특히 꼬순내가 날 것 같은 짙은 노란색이 참 예뻐서 그 자체가 소품의 모양이 되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가위집도 생쥐 하리와 치즈가 함께 디자인되어 있다. 잘 익은 치즈 위에 하리가 잠들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하리의 털과 치즈를 표현하기 위해 울펠트를 사용하였고 특히 치즈는 사이사이에 구멍을 뚫어 음영감을 더했다.
치즈를 덮고 있는 하리의 얼굴을 열면 가위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두 겹으로 바느질된 펠트가 안전하게 가위를 감싸준다. 가위집답게 도톰한 두께로 제작되어 어디에 들고나가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언니는 내가 선물로 준 자수 가위를 이 케이스에 넣어두었다. 장식으로 달려 있는 태슬과 가위집 톤이 잘 어우러져 한 세트 같이 느껴지기도 하다.
언니의 작품이 완성된 후 나는 그림 한 점을 그렸다. 생쥐 하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치즈를 마음껏 먹은 뒤 행복에 겨워 잠든 모습이다. 바느질 소품은 실용적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풍요하리 이야기는 동화적이다. 캐릭터로 대변되는 자매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풀어내듯이 작품 속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평범한 가위집 주머니 부분은 치즈가 되고, 뚜껑은 생쥐가 되었다. 쓸 때마다 생쥐 하리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이 가위집을 사용할 때마다 이런 즐거움 느끼셨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도 이 재미 덕분에 열심히 가위집을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곧 소개할 풍요의 아이스크림 가위집의 모티브가 되었다. 작품 속에서도 늘 함께 다니는 풍요하리 자매 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