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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Mar 18.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7

알록달록 4색 당근 가위집

  하리는 2021년 [꼬순내 나는 하리 치즈 가위집]을 완성한 후, 몇 개의 가위집 작품을 더 제작했다. 이 가위집들은 도구 전체를 감싸는 형태로, 크기가 비교적 크고 뚜껑이 달려 있으며 디테일도 굉장히 많이 들어간 디자인이다. 한마디로 만들기가 어려운 작품인지라,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언니는 같은 작품을 두 개 이상 만들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바느질을 지속할수록 가위의 수는 계속 늘어갔기에 조금 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위집이 필요하게 되었고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대다수의 가위집은 가위 날을 감싸는 원뿔 모양이며 단단한 가죽을 사용하여 만든 것들이 많기에 디자인 자체는 심플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 하리는 가위집의 기본 디자인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모티브를 찾아다녔고 이내 ‘당근’이라는 주제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당근’ 하면 떠오르는 대표 색상은 단연 ‘주황’이다. 홍당무는 식재료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 일상 속에서 가장 친근한 채소이다. 언니는 여러 개의 다른 디자인의 가위집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색을 지닌 당근을 모티브로 정하였다. 무려 4가지 색상의 당근 사진을 보여주면서 가위집을 4종으로 만들겠다고 내게 자신 있게 말했다. 역시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는 복이 찾아오는 것 같다.


  언니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재단 가위를 위한 기본 도안을 제작했다. 기본 도안 자체만으로도 당근이 상상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이내 가위가 들어갈 입구에 당근 이파리를 배치했고 당근 껍질에 있을 법한 가로 줄무늬도 그려 넣었다. 이 줄무늬는 각 당근과 어울리는 자수실로 표현될 것이다. 또, 가위집인 만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펠트를 두 겹으로 배치했다. 이때 단순히 기능으로서만의 이유가 아닌 디자인적인 요소도 함께 반영하였다. 가장 겉감 펠트에 구멍을 오려서 당근 표면의 깊이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 덕분에 디자인이 풍성한 느낌으로 완성되었다.



  주황색 당근 가위집을 먼저 완성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이즈를 조금 더 줄이기도 하고 당근 이파리의 색도 변경했다. 또 이파리를 풍성하게 표현하기 위해 두 겹으로 만들어서주어 싱싱한 당근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홍당무가 만들어진 뒤에는 흰색 당근, 노란색 당근, 보라색 당근도 만들었다. 모두 실제 당근 색상이며 각 당근 겉감과 안감 색을 다르게 표현했다. 당근마다 각자가 어울리는 색을 배치하기 위해 다양한 펠트들을 고려하며 디자인했다. 당근 표면의 줄무늬들도 그에 맞춰 바느질했고 반짝반짝 빛나는 막대 비즈들을 흩뿌려 배치했다. 덕분에 싱싱한 당근이 햇빛에 반짝 거리는 것 같다.


  만들어진 각양각색의 가위집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가위의 옷이 되어 잘 사용되고 있다. 손잡이 색상에 맞춰서 사용하고 있는데, 걸어두기만 해도 인테리어 장식이 되는 느낌이다. 전체를 연결한 바느질은 가위집이 쉽사리 해지거나 잘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시간과 노력이 조금 더 드는 만큼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을 완성하고 나니 당근 모티브가 더 좋아졌다. 실용적이면서 귀여운 당근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언니는 마지막으로 당근집과 세트인 토끼 참 장식을 제작했다. 보드라운 연분홍색 울펠트로 풍요하리 토끼 캐릭터 [라라]를 만든 것이다. 토끼 인형 참 장식과 함께 옷핀을 함께 달아주어 마무리해주어 아기자기함이 더해졌다.

  토끼와 당근은 왠지 떼래야 뗄 수 없는 조합이라고 확신한다. 이제는 정말 완성이다. 가위집 하나 만들어주었을 뿐인데 반려 가위가 탄생한 기분이 든다. 이 덕분에 당근 가위집은 여전히 우리에게 뿌듯함을 안겨주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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