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권씩이라도 만듭니다
그림책 독립출판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은 언니와 함께 운영하는 작업실 겸 공방에서 진행하는데, 목표는 그림책을 제작해서 유통까지 직접 진행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배워서 습득한 정보가 아닌 직접 시행착오를 겪고 방향을 찾아가면서 얻게 된 것들을 나누는 수업이다.
[풍요하리]는 2020년 공방 사업자에 출판업을 추가했다. 매년 등록세도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어엿한 4년 차 출판사인 셈이다. 출판사가 주업이 아니기 때문에 여느 다른 곳처럼 많은 업적들은 없더라도 책을 만들고자 마음먹었을 때 언제든지 내 뜻대로 책을 제작하여 유통시킬 수 있다. 부족한 자본력과 마케팅은 여전히 많은 과제들을 안겨주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없던 내 책을 만들어내는 일은 모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멋진 경험이다.
올해 3월, 신간 그림책 [꼬치의 꽃이 피는 날]을 출간함과 동시에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림책 스토리보드 수업을 진행했다. 이 수업을 통해 내 이야기만 짓는 사람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 짓기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아주 큰 변화였다. 이 수업을 통해 좁아졌던 시야를 확장하고 타인의 세상에 접촉하는 귀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일이 내게 큰 기쁨을 안겨준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책을 세 권째 만들고 알게 된 점들이 있다. 책을 만드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도 기꺼이 겪어낼 수 있어야 하고 지구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충분히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듦과 만듦을 견뎌내면 세상에는 없던 창작물이 내 손에 쥐어진다. 이 사실만으로도 나는 책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린다. 글만 쓰거나 그림만 그리지 않는다. 둘 중 하나가 치우치지 않게 글을 쓸 때는 그림을 덜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는 글을 덜 쓴다. 둘 다 하기에는 스스로가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는 부분은 [그림책]을 만들 때다.
이때는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으로 글을 표현하기 위해 매일같이 그림을 연습해 왔다. 내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을 만큼의 그림 실력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면서 만든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고 인기 작가가 될 수는 없었지만, 내 책을 좋아해 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경험을 나눠야겠다고 말이다.
올해 말까지 책 한 권 만드는 것을 목표로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3년간 책 만들던 경험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림책 한 권을 온전히 내 손으로 독립출판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어졌다. 누구나 책을 만들며 그것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혼자서 하는 그림책 제작과 출판] 연재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책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