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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Mar 27. 2024

내 고향 익산, 전북특별자치도

- 전라북도 사투리?

전북특별자치도

 민방위 사이버 교육센터에서 지역을 선택하는데 낯선 문구가 보였다. 전북특별자치도? 이건 또 뭔가 싶었는데 선택 목록에 전라북도가 보이지 않았다. 찾아보니 바뀌었다고 한다. 이제 전라북도는 없는 건가? 특별자치단체가 되면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쉽다고 한다. 냉소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감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라북도는 충남 충북 경남 경북 전남 모두에 접해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충청북도와 대구의 위치였다. 충청북도는 당연히 충청남도 위에 있을 거라고 여겼다. 우스갯소리만 충청동도 충청서도가 맞지 않나 싶다. 대구 역시 경상북도에 속하니 좀 더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익산이 대구보다 위쪽에 있다는 사실은 은근히 충격이었다.


민방위 사이버 교육센터(좌), 대한민국 지도(우), 수도권 집중이 얼마나 기형적인지 새삼 느낀다.



익산시

 익산시가 '이리시'였다고 말하면 익산군에 살던 사람은 서운할 지도 모르겠다. 익산시는 1995년에 익산군과 이리시가 합쳐진 지역이다. 속사정이 있겠지만 '시'가 '군'의 이름을 따른 것은 이례적이다. 전라북도에 관심이 없는 타지인은 아직도 이리시가 존재하고 익산군이 익산시로 승격했다고 아는 경우도 있다. 이리는 일제의 수탈에 의해서 호남 철도의 중심이 되었다. 1977년에 발생한 '이리역 폭발 사고'로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2030 세대는 교과서에서 보석과 자유무역지역 정도만 들어봤을 확률이 높다.


철도 노선(좌), 이리역 폭발 사고(가운데), 익산 보석 박물관(우)



2030 익산 토박이의 관점

 요즘은 익산을 미륵사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뉴스에 나오는 익산은 피라미드 발굴 현장을 방불케 한다. 어릴 때 TV에 나오는 익산을 볼 때마다 못마땅해했다. 익산을 아주 촌동네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익산은 '도시'였다. 익산 CGV 영화관은 전국 20번째 오픈이었고 규모도 컸다. 번화가는 TV에 나오던 서울 풍경과 다르지 않았고 사람도 바글바글했다. 나에게 익산은 63 빌딩 없는 서울이었다. 누군가 익산을 '시골'이라 부르면 진심으로 황당해했다. 지금은 시골인 거 인정한다.


 전라북도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전북의 중심은 익산, 군산, 전주라고 생각한다. 발전의 차이도 있겠지만 인구가 압도적이다. 전라북도 14개 시군 인구의 3분의 2가 익산, 군산, 전주에 거주한다. 심지어 셋은 붙어있는 도시다. 그만큼 전라북도를 대변하는 목소리 지분이 많고 비슷한 관점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사회에 나와서 만나는 세 지역 출신의 정서는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완주와 전주는 통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익산 출신으로서 가장 어이없던 이슈는 인터넷 밈 "전북--익산-!"이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라는 게임 속 캐릭터 '료'가 기술을 발동할 때 외치는 목소리 때문이다. '필살'의 일본어 발음 '힛사츠'가 익산으로 들린다고 한다. 구글 검색창에 '전북 익산'이라고 치고 이미지 탭에 들어가면 상위 노출이 온통 게임이다. 인터넷에서만큼은 미륵사지보다 유명하다.


익산 미륵사지(좌), 전북 익산 밈(우)



전라도 사투리?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익산, 군산, 전주는 전라북도의 11시 방향에 자리하며 충청남도와 인접한다. 익산의 일부 지역은 충청남도에 둘러싸인 곳도 있다. 따라서 사용하는 말도 전라도 보다는 충청도 사투리에 가깝다. 그렇다고 완전한 충청도 사투리는 아니고 전라도 사투리도 섞여있다. 어쨌든 전라도 사투리를 해보라고 하면 말문이 턱 막힌다. 군산 출신 개그맨 박명수와 전주 출신 소녀시대 태연이 전라도 사투리를 못하는 것은 이쪽 사람이 볼 때는 당연한 일이다.


 익산, 군산, 전주에 사는 아이들은 자신이 표준어를 구사한다고 믿는다. 나도 그랬다. 고등학교 때 부산 여학생과 전화를 했는데 어째서 사투리를 쓰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 전라남도 사람과 대화를 했을 때에는 상대의 억양이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 지역 태생은 자신이 사투리를 쓴다고 인지하는 시기가 늦다. 서울 사람이 들으면 확실히 구별하지만 지방 사람에게는 표준어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경상도는 인구가 많고 출신 예능인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가 알려진다. 예를 들어 대구와 부산 사투리가 어떻게 다르다든가 현지인은 해운대 간다는 이야기들 말이다. 반면 전북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놈의 전주비빔밥만 월드스타다. 솔직히 말하면 부산역 앞 비빔밥이랑 거기서 거기다. 전남은 광주라도 있지만 전북은 갈라파고스다. 인구가 적어서일까? 굳이 전북을 알려야 할 이유없지만 인구감소는 걱정이다. 요즘 전라북도 뉴스는 인구 소멸뿐이다. 미륵산에 석유나 터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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